제3노총 11월 출범…'한국판 렌고' 될까

70개 사업장 4만명 규모 "정치구호 대신 현장"
대기업 노조 참여 저울질…양대노총 구도에 변화
상생적 노사관계를 표방하는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이 다음달 출범하기로 해 투쟁적 노동운동을 지속해온 국내 노동계에 큰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제3노총 설립에 나선 '새로운노동조합총연맹 준비위원회'는 "11월1~2일 설립총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설립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접수 후 사흘 이내에 설립인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혀 국민노총은 내달 7일께 정식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정연수 준비위원장은 "기존의 정치지향적인 투쟁방식 대신 현장 중심의 노동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양분해온 국내 노동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상생적 노사협의 주력"제3노총 설립을 주도해 온 이들은 정치 투쟁 노동운동을 반대하고 노사가 상생하는 '노사협의'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양대 노총이 주도한 정치적 동조파업이나 '투쟁을 위한 투쟁'을 지양하고 '국민을 섬기는 노조'가 되겠다는 것.노조가 사측과 경영상황을 공유해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고 이를 통해 기업의 발전과 복지 향상을 모색하겠다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노사문화에서 벗어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노조가 앞장서고 회사 노조 정부 국민 소비자 등이 모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임금 인상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력화 가능할지 미지수국민노총 설립에는 7~9개의 전국단위 연맹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과 환경크린서비스연맹,자유교조가 주축인 교원노조총연맹,전국도시철도산업노조 등이 발기단체로 참여한다. 삼화 · 천일 · 전주 · 제일여객 등이 참여하는 전국운수산업노조,20여개 대구지역 택시노조가 주축이 된 운수노조,철도산업연맹 등 70개 사업장,4만명의 조합원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노조,KT노조,동서발전의 새 노조 등 대기업 노조들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양대 노총에서는 제3노총의 세력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지난 7월 출범한다고 했지만 늦어지는 것으로 봐서 조직화가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도 "정체성이 불분명해 기존 노조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수노조 시대,신규 조합 변수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일본에서도 급진적 노동운동을 이끈 '소효(總評 ·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의 시대가 끝나고 무(無)파업 및 노사협조주의를 표방하는 '렌고(連合 ·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로 대체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기존 노조에서 분화된 노조의 국민노총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본은 1950년 소효가 결성돼 전투적 노동운동을 이끌었으나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급진적 노동운동이 급격히 퇴조,1989년 해산했다. 1970년대 말 만들어진 렌고는 온건 노동조합운동을 벌여 해체된 소효의 대다수 노조를 흡수,2010년 11월 54개 단산(單産),680만명 조합원을 통괄하는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 연합체가 됐다.

제3노총은 지난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신설된 노조를 흡수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9월 말까지 설립된 국내 복수노조는 498개로 이들 중 70% 이상이 기존 노조에서 떨어져 나왔고 85%가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