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한국 ETF시장 진출…국내 인덱스 사업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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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CEO 訪韓, 거래소와 지수이용 계약…한국법인 설립 추진미국의 지수(인덱스) 사업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의 주가지수를 활용한 지수 사업에 직접 진출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MSCI지수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인덱스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거래소 지수경쟁력 시험대
한국거래소(KRX) 고위 관계자는 20일 "MSCI가 지수 사업을 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헨리 페르난데스 MSC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지수 사업과 관련해 한국 증시 정보이용 계약을 체결하고,법인 설립을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CEO는 21일 오전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한국 증시 정보이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체결 후엔 금융위원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 및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 등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지수 사업 관련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MSCI 입지 커질 듯
정보이용 계약을 계기로 국내 ETF 시장 등에서 MSCI의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 글로벌 펀드들이 MSCI지수를 투자 시금석으로 삼고 있는 데다,국내 자산운용사 등 업계에서 MSCI의 다양한 지수를 ETF나 인덱스펀드,ELS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지수 사업의 성장세를 보면서 MSCI도 가만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거래소와 MSCI 간 관계 때문에 MSCI지수를 활용하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ETF 시장은 106개 종목,9조7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거래소는 애초 올해 성장 목표를 10조원으로 잡았지만 레버리지 · 인버스ETF 등 히트 상품이 나오면서 이를 조기 달성할 전망이다.
거래소 측은 "2013년까지 국내 ETF 시장은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퇴직연금과 기관 등의 참여가 본격화하면 성장 여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 상장된 ETF들은 대부분 코스피200지수 등 거래소에서 산출한 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 MSCI코리아지수 활용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을 추종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MSCI코리아지수를 참고해 종목 바스켓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 MSCI코리아 ETF가 상장돼 있으면 이를 사들여 더욱 편리하게 국내 증시를 벤치마킹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은 아직…
국내 시장에선 코스피200지수의 독점적 지위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종목 편입이나 설계 면에서 MSCI지수가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라이선스 비용이 비싼 것은 활용하는데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MSCI의 지수 이용을 코스피와 개별 종목 등의 일반지수와 ETF 등으로 국한하고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사전승인제를 고수할 방침이다.
그동안 코스피지수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온 MSCI 측이 상업적 이용 계약 체결을 요청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포괄적인 정보사용권에 대한 양측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편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을 선진지수 편입을 결정할 만한 중대한 이벤트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손성태/김유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