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탐욕이라고만 공격하면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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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가의 해법신용카드 은행 등 금융회사 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카드사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계 전반에 걸쳐 수수료 인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도 넘은 금융 포퓰리즘, 시장원칙에 맞아야…내부 유보 확대 필요
국내 금융 전문가 4명에게 문제의 본질과 해법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 이 문제를 경제문제로만 해석할 수 없고 정치적인 이슈로 봐야 한다고 했다. ◆"금융 포퓰리즘 성격 강해"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만 보면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 수수료를 한꺼번에 내리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했다. 지금 인하 논란은 여론에 떠밀리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하성근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 교수)은 "금융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내느냐의 문제는 시장 원칙에 맞도록 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오정근 국제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니까 금융회사들이 뭔가 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갑작스럽게 수수료가 이슈화된 것은 정치적 배경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대답은 'NO'였다. 하 회장은 "금융회사들이 상대적으로 협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원가보다 더 많이 챙겨갈 가능성이 있지만,그렇더라도 이는 원가를 다시 계산해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수수료 체계에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이를 바로잡아 합리적으로 고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지 인하보다 내부 유보를"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최근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수수료 인하를 강요하기보다는,내년 내후년에 대비하는 내부 유보비율을 높이는 것이 맞다고 봤다. 김 원장은 "작년과 올 상반기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좋았던 것은 현대건설 매각차익(은행권) 등 특별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상생 · 나눔의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기보다는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경제위기에 대비하고 자기자본 적정성을 높이는 데 힘을 써야 한다"며 "금융회사가 휘청거려서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일이 또다시 생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 회장도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수입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수익 기반을 갉아먹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금융의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라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수료 이슈는 혹시 시장지배력이 남용돼 수수료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따져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에는 현재 소비자 보호,시장지배력 남용 등의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를 '탐욕' 등의 수식어로 공격하면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고,알맞은 경제정책도 찾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