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회 생일 맞은 경찰 "시위대, 폴리스라인 넘으면 물대포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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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집회 엄단" 재천명경찰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거나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침범하는 시위대에 물포(물대포)를 적극적으로 사용키로 했다. 경찰청은 21일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로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면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시위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물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 대응 법집행력 강화방안'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내려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규정을 새로 제정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신축적으로 준용하던 장비 사용 기준을 규정대로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계속 하달됐던 방침이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침을 내려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이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시장을 지난 4월 체포하는 등 선진국 기준은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집시법)및 그 시행령에 따르면 경찰은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집회 · 시위의 경우 자진해산을 요청할 수 있고 세 차례 이상 자진해산 명령을 무시한 집회 · 시위를 직접 해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물포 사용에 대한 경찰청 차원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전국 경찰 단위로는 불법 집회 · 시위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개 차로에서 행진하겠다고 신고해놓고 2개 차로를 점거하거나 도로에 앉아 시위를 할 경우 경찰은 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불응하면 물포를 쏠 수 있다. 경찰은 거리 시위가 예상되는 주요 지점에 물포를 사전 배치하고 시위대가 전 차로를 점거하면 해산절차를 거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체없이 물포를 사용할 수 있다. 경찰은 또 방송 · 조명차와 차벽차 등 장비도 동원해 폭행 등 폭력행위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2차 대학생거리수업'에 물포 사용을 당장 적용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반값등록금 도입을 촉구하며 청계광장 일대를 점거한 한대련을 물포로 강제 해산시키고 이에 불응한 시위대 40여명을 연행한 바 있다.
경찰이 이처럼 단호한 대응에 나선데는 현재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겨우 낙제점을 면할 정도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1일 정 · 재 · 학계 등 사회지도층 27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1%가 현재 법치주의 수준을 70점대로 낮게 평가했다. 응답자의 70.8%는 "불법 · 폭력 집회 · 시위 가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을 법치주의의 선결과제로 꼽기도 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도 이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6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은 범죄와 불법을 사전에 제어하는 문제해결사이자 안전 · 인권의 수호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불법 집회 · 시위를 엄단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