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리더십 실종된 유럽경제 엉망…내달 G20회의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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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글로벌 정책공조 '다시한번'
믿을만한 그리스 채무조정…유럽재정안정기금 확충 시급
美 더블딥 없을 것
3분기 2~2.5% 성장 예상…유럽 빼면 글로벌경제 양호
中 경기침체 가능성 적어
인플레 우려 진정될 경우 11월 중순부터 증시 랠리 기대
글로벌 증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반등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스는 이미 올해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다. 2013~2014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여전히 '시계 제로'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란 용어를 처음 만든 것으로 유명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 회장(54)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의 경제 상황은 완전히 엉망"이라면서도 "(유럽을 제외한) 세계경제 상황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유럽의 재정위기에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오면 글로벌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 경제는 뛰어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 금융시장은 건실하고 유동성이 풍부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 증시가 하락한 지금이 투자 기회"라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발 위기로 한국 증시도 불안한 모습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증시보다 하락폭이 큰 나라도 많습니다. 독일 증시는 8월에만 25% 폭락했어요. 투자자들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그만큼 신중해졌다는 의미죠."▼한국 경제가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한국의 많은 지성인과 정책 당국자들이 그런 지적을 하는데,정말 흥미롭습니다. 우려할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의 취약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큰 충격이 있을 때,특히 부정적 충격이 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한국의 경제상황과는 무관합니다. 한국이 종종 특별히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열린 시각이 필요합니다. 대외여건이 개선되면 한국 경제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
▼투자자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 경제 상황은 양호합니다. 유럽의 금융불안에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오면 글로벌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입니다. 한국경제도 탁월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
▼문제는 유럽인데요. 유럽 재정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리스는 심각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유럽 전체의 재정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유럽연합(EU)의 리더십입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게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발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많습니다만.
"이미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도 매일 영향을 받고 있죠.시장은 '유럽 문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유로존 재정문제를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언제쯤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요.
"다음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많은 정책 당국자들이 이 회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9년 런던 G20회의처럼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이 회의를 통해 나오길 바랍니다. "
▼다음달 G20회의에서 어떤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까.
"시장은 세 가지를 바라고 있습니다. 첫째는 유로존 은행들의 충분한 자금확충입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스의 채무조정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는 EU가 진정으로 함께 공조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기관에서 각국이 동일한 정책적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유로존 통화동맹이 강화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엉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 공조 방안은 실효성이 있을까요.
"시기가 더 빨랐으면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지금은 재정문제가 이탈리아까지 번졌습니다. 이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레버리지(차입)가 필요합니다. EFSF가 차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죠.브릭스 5개국이 유로 채무 위기국의 채권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나오는데,이 아이디어는 좀 우스꽝스럽습니다. 일종의 '레드헤링'(red herring),즉 '거짓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마다 위험과 기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을 텐데 이런 인식의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힘듭니다. "
▼미국 경제가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있습니까.
"저는 다른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3분기 지표들을 보면 미국은 2~2.5% 성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가 크게 하강하거나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과 달리 미국 당국자들의 정책은 명확합니다. "
▼글로벌 시장을 봤을때 투자 유망한 지역이 있는지요.
"한국과 브릭스 국가 증시가 매력적입니다. 브릭스 국가 중에는 특히 중국이 눈에 띕니다. "
▼중국의 경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합니다만.
"좀 더 깊게 봐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소비를 확대하면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경제성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이런 안정적 성장의 초기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10%대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한 데 이어 앞으로 10년간은 7~8%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경제에 대해 다른 시장 참가자들처럼 걱정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중국 증시도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관건은 중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입니다. 인플레이션만 잡히면 긴축 정책이 완화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중국 증시는 큰폭의 상승랠리가 있을 것입니다. 상승랠리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올 4분기에 투자한다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
짐 오닐 회장은, 손꼽히는 세계 경제 분석가…10년전 '브릭스' 용어 창시
10년 전 브릭스(BRICs,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란 용어를 처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브릭스란 용어는 일반화됐다. 그에게는 '브릭스의 아버지'란 별명도 붙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 4개국의 영문 앞글자를 딴 새로운 신조어 '믹트'(MIKT)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2050년엔 BRICs와 MIKT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셰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서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위스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거쳐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경제,원자재 상품 및 전략 리서치 대표로 일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유년기에 합격한 사립학교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시원치 않다고 공립학교에 진학할 정도였다.
김석 기자 s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