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드러그스토어 진출

화장품 업체와 입점 협의
내년 말까지 100곳 개점
이마트가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등 미용·건강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태인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진출한다.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각종 규제와 중소 상인들의 반발로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유통업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위한 부지 확보와 인력 채용,상품군 구성 등 개점 준비작업에 들어갔다.연내 서울 강남역 부근이나 명동 등에 시범 점포를 내고,내년 말까지 100개 이상 가두점을 열어 시장에 조기 진입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한 드러그스토어업체 관계자는 “이마트는 주요 판매품목인 화장품 상품구성(MD)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미샤 LG생활건강 등과 입점 협의를 벌이고 있고,비쉬 아벤트 등 주요 메디컬 화장품 업체들과도 접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최근 개점한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점과 경기 파주운정점에 미용과 건강 상품을 모은 ‘뷰티&헬스 존’을 별도로 구성한 것도 드러그스토어 운영을 위한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업태 다각화 차원에서 드러그스토어를 신규 사업 후보로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며 “뷰티&헬스 존도 이마트의 새로운 컨셉트 매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J올리브영 GS왓슨스 등 기존 드러그스토어업체들은 이마트의 진출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대형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부산·경남지역 유통업체인 농심 계열 메가마트에 이어 두번째다.메가마트는 지난해 말 부산 동래점에 ‘숍인숍’ 형태로 드러그스토어인 ‘판도라’를 선보였고,지난 8월 말 부산 양정동에 가두점 1호점을 냈다.연말까지 10개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GS왓슨스 관계자는 “카테고리킬러(전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이마트의 시장 진출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마트 매장은) 메가마트의 ‘판도라’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올리브영 관계자도 “유통파워가 강한 이마트가 진출하면 시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이마트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의 잇단 진출은 드러그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경쟁하는 시장이어서 다른 업태에 비해 진입에 따른 규제와 반발이 적은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건강·미용에 대한 관심 증대와 주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 등에 힘입어 2007년 868억원에서 지난해 1986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또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던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드러그스토어가 보편회된 미국과 일본,홍콩 등 선진국에 비하면 초기 단계”라며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외국 드러그스토어 업체들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조미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