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ㆍ공공요금, 연내 올릴 건 다 올린다

정부, 우윳값 인상 용인…물가정책 변화
내년 총선전에 "털고 가자"…시기 '저울질'
정부의 물가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민 부담 가중을 이유로 주요 생필품과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고수해온 정부가 최근 '불가피한 인상은 수용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할 만한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윳값이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우윳값을 어느 정도 올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 전인 8월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원유가격 협상 때만 해도 "원유가격이 오르더라도 올해 안에 우윳값은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180도 입장이 달라졌다. 당시 서 장관은 업계 대표를 만나 인상 자제 협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물가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 돌입하기 전에 그동안 묶어놨던 서민 물가를 '털고 가자'는 쪽으로 정책 기류가 변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이 "우유가격 인상을 미루면 내년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논리를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10월 이후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요금에 대해 "연초부터 인상 시기를 분산해 왔다"며 "하지만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종류별로 조금씩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올리지 않으면 내년에 한꺼번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조금씩 인상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달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5.3% 오르는 등 공공요금은 최근 들어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내달부터 버스요금을 100원 올리기로 했고 서울시도 10 · 26 재 · 보선이 끝나면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전기요금은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사용량이 많아지는 겨울로 진입하면서 계절적으로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탕과 밀가루 업체는 국제 시세를 반영,상반기 한 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당가격 상승으로 적자가 심해 이를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가당국 관계자는 "내년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하기 전에 원가 상승 요인이 큰 품목은 연내에 미리 조금씩 반영하려 한다"며 "다만 환율 상승 등으로 9월과 10월 물가 상승폭도 만만찮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심기/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