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자 실패해도 채무 탕감

중기청, 내년부터

청년 전용 창업자금 500억 규모 신설
1人 최대 1억 지원…13곳에 창업센터 설치

정책자금을 받아 창업했다가 실패한 청년사업가에게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탕감해 주는 제도가 도입된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3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청년전용창업 500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은 39세 이하 청년 사업가를 대상으로 사무실 임대,법인 설립 등에 소요되는 창업 자금 용도로 최대 1억원까지 지원된다. 채무 이행 의무가 있는 기존 정책자금과는 달리 수혜자인 청년 창업가가 실패한 경우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채무를 탕감해주는 정책자금이 마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 자금이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해 창업을 주저하는 청년들의 창업을 북돋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 정책자금을 받은 채무자가 빚을 탕감받기 위해서는 개인파산신청 등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했다.

송종호 중진공 이사장은 "정책자금을 받고 창업했다가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창업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아직 국내에 없다"며 "실패가 두려워 창업을 주저하는 젊은이들의 창업 의지를 자극하고 실패한 청년 사업가에겐 재기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진공은 내년 700~1000개 기업에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금 지원을 받기 이전부터 창업교육,1 대 1 멘토링,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청년 창업가들의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진공은 청년창업가 지원을 위해 내년 중 부산 광주 대구 등 13개 지역에 청년창업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받는 청년창업가들도 전국의 청년창업센터에서 창업 교육,컨설팅 등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송 이사장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청년 창업 희망자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업 계획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진공은 또 신용불량자로 분류된 청년 사업가가 재창업에 나설 경우 창업 자금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이미 운영 중인 재창업지원제도를 청년 사업가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패자부활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겠다는 얘기다. 재창업지원제도는 재창업에 소요되는 시설 및 운전자금을 업체당 연간 최고 30억원(운전자금은 5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