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 건' 대회서 이름값 한 최경주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

4R서 5언더…초대 챔프
상금 전액 재단에 기부
6타 줄인 노승열 2위
최경주(41)가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총상금 75만달러)의 우승컵에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새겨넣었다.

최경주는 23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G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 노승열(20)을 2타차로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상금은 11만8875달러(1억3600만원).최경주가 국내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SK텔레콤오픈과 신한동해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3년 만이다. 대회 호스트인 최경주는 자신의 대회라고 봐주는 것이 없었다. 선두 이기상(25)에게 3타 뒤진 3위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최경주는 초반부터 후배들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최근 슬럼프인 앤서니 김(26)은 이 대회 우승으로 재기의 발판을 삼기 위해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임했다. 2번홀(파5)에서 최경주와 이기상이 '3온' 작전을 편 반면 앤서니 김은 '2온'을 시도해 그린에지로 볼을 보낸 뒤 그린에서 볼을 '착착' 세우는 일명 'ABS 어프로치샷'으로 90㎝ 버디를 잡아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앤서니 김이 3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하고 이기상이 4번홀에서 1m 파퍼트를 놓치는 사이 최경주가 3번홀 2m 버디,4번홀 4m 버디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치고 올라왔다. 4번홀을 마치자 마지막 챔피언조 3명이 합계 14언더파로 나란히 공동선두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5번홀(파3 · 162야드)에서 최경주는 1.8m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선두로 부상했으나 6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덤불속으로 들어가면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1벌타를 받아 '3온2퍼트' 보기를 했다.

이기상은 6번홀에서 1.2m 버디를 잡아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앤서니 김은 9번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이 홀은 왼쪽으로 꺾인 '도그레그홀'이다보니 해저드로 볼이 들어가면 1벌타 후 대부분 해저드 후방에서 쳐야 한다. 앤서니 김은 다시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친 세 번째 샷마저 벙커에 빠지면서 '4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이기상도 이 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며 파를 잡은 최경주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최경주는 10번홀에서 1.5m 버디를 성공시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간 뒤 이후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다. '버디홀'인 12번홀(파5 · 504야드)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로 들어가며 파에 그쳤지만 13번홀에서 컴퓨터 같은 아이언샷으로 30㎝ '탭 인 버디'를 낚으며 승기를 잡았다. 15번홀에서 티샷이 그린 우측 벙커로 들어간 뒤 어려운 3m 파퍼팅을 성공시킨 데 이어 16번홀에서는 2단 그린 밑에서 8m 훅라인 버디 퍼팅을 집어넣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최경주는 인터뷰에서 "노승열 선수가 올라오는 것과 같은 조의 앤서니 김과 이기상 선수의 경기가 안 풀리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만의 경기스타일이 있다. 그걸 즐기려 했고 나만의 경기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내년에는 갤러리들이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도 2~3명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금 전액을 '최경주 재단'에 기부해 지역의 불우이웃을 돕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김과 이기상이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류현우(30),박은신(21),스콧 헨드(호주)가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