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을] 하루 18분 ‘자신과의 대화’가 인생을 바꾼다

서평 - 18분
"바쁠수록 돌아가라" 현 상태를 점검하고 목표를 뚜렷이 해야
피터 브레그먼 지음│김세영 옮김│쌤앤파커스│288쪽│1만5000원지난주에 나는 구미와 수원으로 출장을 갔다. 성과관리에 대한 강연과 컨설팅을 하느라 한 달에도 10여차례 출장은 예사다. 그뿐인가. 틈틈이 집필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쓰고 또 고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건강이 필수이기 때문에 식생활을 조절하고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책까지 쓰느냐고.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말이다. 아무래도 성과관리 전문가로서 나 스스로의 성과경영에도 철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일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어도 내 목표가 무엇인지를 환기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정말 중요한 것들만 놓치지 않으면 계획한 대로 실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실행’보다 오히려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이다.그런 점에서 최근에 읽은 책 《18분》은 나의 평소 지론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표면적으로 이 책은 시간관리를 다룬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시간관리보다는 오히려 ‘성과’라는 측면에서 읽어야 얻을 것이 더 많다.

책에서 말하는 18분은, 한마디로 목표에 집중하도록 해주는 기제다. 하루에 18분씩만 할애해 목표를 떠올리고 현 상태를 점검하는 단순한 포맷이다. 이것만 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단순해서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미심쩍어하며 책을 펼쳤는데,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하는 나를 발견했다.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18분’에 관한 칼럼을 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더니,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업교육을 가보면 “쌓인 일 처리하기도 급급한데 언제 계획을 짜고 전략을 세우느냐”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푸념은 순서가 잘못되었다. 계획과 전략이 분명하지 않으니 눈앞에 떨어진 일만 쫓아다니게 되고, 그래서 분주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저녁 퇴근길에 돌아보면 바쁘긴 했는데, 무슨 결실이 있는지 모호하다. 바쁠수록 목표가 뚜렷해야 하고, 시간이 없을수록 시간을 쪼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열 몇 시간씩 엉덩이 붙이고 일하지 않아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시간조차 아깝다고 고개를 젓는 바쁜 사람들에게, 이제 이 책을 권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간단한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인생과 전체 비즈니스’라는 큰 관점에서 자신을 하루하루 성장시키도록 안내한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다들 매우 부지런하다.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이 ‘나도 부지런하게 살아야지’라고 결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 모두 훗날 CEO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CEO들의 하루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분주한 일과시간을 피해 새벽에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을 성찰하는가. ‘나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선사하고 싶은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와 같이 바쁜 일상에서는 놓치기 쉬운 보다 근원적인 것들을 성찰한다. 그런 연후에 그날의 중요한 목표와 전략에 대해 숙고한다. 생각해보라. 성찰 없는 분주함이란 얼마나 무용한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분주함에 빠져 있는지 말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기량을 향상시키는 주법 중에 ‘4분 뛰고 1분 걷기’가 있다고 한다. 걷는 동안 순위도 처지고, 달리던 흐름도 깨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열심히 달리기만 할 때보다 기록이 오히려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18분’을 일종의 ‘걷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말고 내가 제대로 된 경로를 달리고 있는지, 목이 마르지는 않은지,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 분발해야 하는지 살피라는 것. 그 시간이 우리를 더 큰 성과와 보람으로 데려다준다면, 24시간 내내 헉헉대며 뛰기만 할 이유가 있겠는가. 바쁜 현대인들이여, 이 책과 함께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류랑도 더퍼포먼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