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성능차’ 재규어 “모방 대상이 될지언정 따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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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디자인 ‘눈길’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과 함께 영국 왕실의 의전차량 중 하나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브랜드. 고급 스포츠 세단 ‘재규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1948년 시속 200㎞돌파… 당시 가장 빠른 차 기록
사명·로고·엠블럼까지, 일관되게 동물을 적용
경영난 … 인도에 매각 수모
디자인 혁신 … 옛 명성 회복
재규어의 모토는 ‘아름다운 고성능 차(beautiful fast car)’다. 성능과 디자인 그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창립자 윌리엄 라이온스의 고집이 들어가 있다. 윌리엄스는 1922년 모터사이클 사이드카를 제작하는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를 설립했다. 1925년 영국의 대중적인 차 ‘오스틴 세븐’을 구입한 그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차체를 제작했다. ‘오스틴 세븐 스왈로우’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모델은 저렴한 가격과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뒀다.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다른 회사의 섀시에 차체만 올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 라이온스는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었고 1936년 런던 모터쇼에 스포츠카 ‘SS100’을 내놓았다. 당시 최고 속도는 시속 160㎞를 기록했다. 낮은 보디와 긴 보닛의 디자인은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45년 라이온스는 회사명을 ‘재규어자동차회사’로 변경했고 1948년 ‘XK120’을 출시했다. 직렬 6기통 엔진이 달린 이 모델은 최고 속도 시속 200㎞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였다. 1961년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한 ‘E-타입 3.8’은 지금도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힌다. 1972년에는 5.3ℓ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XJ12’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세단’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디자인이 아름다우면서도 속도 또한 빠른 재규어는 슈퍼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1988년 출시한 재규어 ‘XJ220’은 세계 최초로 시속 300㎞를 돌파한 자동차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로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 이 모델은 1995년 맥라렌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였다. 재규어는 회사명부터 로고, 엠블럼까지 모두 일관되게 동물을 적용한 브랜드다. 보닛에 재규어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특유의 엠블럼 ‘리퍼(leaper)’에서 알 수 있다. 디자인 철학의 핵심은 “모방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떠한 것도 따라하지 않는다(A copy of nothing)”다. 하지만 재규어가 걸어온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1966년 경영난으로 ‘브리티시 모터’와 합병했다가 1968년 ‘BL공사’ 산하에 들어갔다. 1984년 BL공사에서 독립했지만 판매 부진과 경영난으로 또다시 1988년 포드자동차에 팔렸다. 이후 포드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8년 인도의 타타모터스로 넘어갔다. 영국의 자존심이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어 인도로 팔려나간 것이다.
재규어는 경영위기를 디자인 혁신으로 극복했다. 세계 3대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은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된 후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컨셉트카 ‘C-XF’를 공개한 데 이어 양산형 모델인 ‘XF’를 출시했다. XF는 스포츠 쿠페 스타일의 5인승 세단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올 뉴 XJ’를 2009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개했다. 재규어의 고유 디자인을 현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재규어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