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4WD 개발했던 파울 다임러의 미소

세계 군용차의 역사는 1차 대전과 함께 시작됐다. 보급품의 대량 수송과 지형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4WD 방식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그 이전까지 작전과 전투에 사용된 이동수단은 말(馬)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1차 세계대전을 자동차를 이용한 기동화 전쟁 또는 입체화 전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장갑차는 1898년 영국에서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모양의 장갑차는 1903년 오스트로-다임러가 완성했다. 자동차 발명가 고틀립 다임러의 큰아들 파울 다임러가 연구하던 4WD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 여기에 자극받은 미국은 헨리 포드를 통해 군용 트럭 개발에 착수한다.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4WD 트럭을 개발, 영국과 프랑스군에 200대를 대여하지만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실망만 안겼다.이후 1920년 포드는 전 지형을 주파할 수 있는 군용차 개발에 들어가 3년 뒤인 1923년 일반 도로용 자동차로는 최초의 네 바퀴 굴림 방식 트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25년까지 미 육군과 유럽에 2000여대가 보급됐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4WD는 신속한 발전을 거듭했다. 크라이슬러 지프(Jeep)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G-바겐과 랜드로버 디펜더 등이 각국의 주력 군용차로 인기를 얻었다. 두 바퀴보다 네 바퀴 구동의 장점이 널리 부각된 것도 이 즈음이다. 도로 장악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SUV에서 4WD는 필수품목이 아니다. 소형 SUV의 경우 2WD 판매가 4WD를 훌쩍 넘고, 4WD 기능이 있다 해도 사용할 곳이 별로 없다. 현대차가 SUV 갤로퍼 개발 당시 4WD 성능 시험을 위해 대관령 목장 꼭대기에 올랐다. 4WD 기능에 뿌듯해하며 시선을 돌렸더니 티코 두 대가 버젓이 서 있었다고 한다.

인기가 한풀 꺾인 4WD는 최근 세단형 고급 승용차에서 불어닥치고 있다. 이른바 코너링으로 표현되는 운동성능이 2WD보다 앞서고, 노면과의 밀착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4WD 세단도 덩달아 많이 판매되는 추세다. 눈이 오면 맥을 못 추는 후륜구동의 약점이 4WD로 만회되는 셈이다. 싸움을 위해 태어난 기능이지만 110년이 지난 지금, 안전을 위한 기술로 진화됐으니 파울 다임러가 본다면 흐뭇해 미소를 지을 일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