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녹십자생명 인수 부담 '미미'-대우

대우증권은 24일 현대차 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키로 결정했지만 이에 따른 부담은 미미해 펀더멘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차 그룹 주요 3개사인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커머셜이 녹십자생명(비상장) 지분 93.6%, 183.9만주를 239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공시했다. 현대커머셜은 상용차 할부금융을 담당하는 그룹의 금융 계열사 중 하나이다. 3개사의 보유 지분률은 현대모비스가 37.4%(735.7만주), 기아차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28.1%(551.8만주)씩이다. 따라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현대커머셜은 각각 956억원, 717억원 씩의 인수대금을 부담하게 된다. 총 인수금액 2390억원은 인수 결정후 구체적인 실사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을 전망이다.박영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느 "2390억원으로 예상되는 총 인수대금과 3개사 각각의 현금 부담은 각 사의 현금성자산 규모와 현금흐름 등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미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2011년 2분기말 본사 기준으로 1조6800억원의 총 현금성자산과 835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본사 기준 현금성자산과 순차입금은 각각 2조4800억원, 1조1600억원이다. 현대커머셜의 2011년 2분기말 본사 기준 현금성자산은 1538억원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경우 보유 현금과 최근까지의 양호한 현금흐름 상태를 감안할 때 인수 부담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현대커머셜의 경우는 보유 현금자산의 상당 부분을 인수대금으로 부담하게 되나 현대차 그룹의 금융 계열사 중 하나로서 금융사업과 관련된 인수에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인수 부담이 동사의 펀더멘털에 부정적일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녹십자생명 인수는 인수에 참여한 3개 계열사의 펀더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일단 인수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대체로 그동안의 현대차 그룹 금융사업 부문 확장 과정에서의 증자와 회사 인수가 이후 그룹 주요 계열사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고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 그룹의 입장에서는 여신 기능의 금융계열사(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에 수신 기능의 금융계열사를 추가해 은행을 제외한 사실상 금융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의미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2008년 1~2월 중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그룹 주요 회사가 HMC투자증권(당시 신흥증권)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황은 분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2008년 1월 2일부터 HMC투자증권 인수가 결정된 직후인 2월 13일까지 각각 약보합 수준의 주가 하락세를 기록했고, 현대모비스는 14.7%의 주가 하락세를 기록한 바 있다. HMC투자증권 총 인수대금은 2090억원으로 이번 녹십자생명 인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는 HMC투자증권 인수 후 주요 계열사의 영업실적에 별다른 부정적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기존 12개월 목표주가 각각 10만6000원, 45만7000원과 매수의견을 유지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