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브펀드' 과세 불복…무더기 심판 청구

국세청 4000억 추징에 반발…정부, 조세조약 개정 추진
국세청이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역외펀드(시카브펀드)에 대해 과세에 나서자 이를 많이 취급한 외국계 은행이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관련 기사 보기문제가 커지자 한국과 룩셈부르크 양국 정부는 시카브펀드 과세와 관련해 '상호합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전에 불명확했던 양국 간 조세조약의 일부를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제일 한국씨티 HSBC 도이치 등 4개 외국계 은행은 각각 법무법인 김앤장에 자문해 최근 조세심판원에 국세청의 시카브펀드 과세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국내 세법규정에 적용하면 시카브펀드는 룩셈부르크 거주자 자격이 있는 법인에 해당된다"며 "한국과 룩셈부르크 조세조약을 근거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시카브펀드를 가장 많이 취급한 하나은행은 이번 국세청 과세 대상에 빠져 청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2008년 이후 취급한 시카브펀드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가 예정돼 있어 향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정부가 과거 시카브펀드를 룩셈부르크 조세협약 적용 대상으로 인정해줬지만 갑자기 이를 뒤집어 과세키로 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지난 8월 외국계 은행 4곳이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시카브펀드와 관련해 2006~2010년까지 5년간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추가 세금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그동안 시카브펀드는 한국과 룩셈부르크 정부가 맺은 '이중과세 방지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소득에 대해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시카브펀드가 실질적 수익자가 아니기 때문에 룩셈부르크에 거주하는 법인이 아니라고 보고 조세조약이 아닌 국내 세율을 적용해 국내 펀드와 똑같은 22%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로 인해 국세청이 추징하게 될 2006~2010년분 과세 예상 규모만 4000억원에 이른다. 실질적 수익자를 규명하기 어려운 해외공모펀드에 대한 과세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시카브펀드 과세와 관련해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한국과 룩셈부르크 양국은 조세조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양국 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세조약이 불명확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정하기로 합의했다"며 "정부 간 합의는 끝났고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양국 간 상호합의를 통한 해결도 진행 중"이라고 밝혀 현 국세청의 과세 방침이 양 국 간 합의에 따라 바뀔 소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 시카브펀드

Sicav Fund.룩셈부르크에 설정된 펀드를 말한다. 한국에서 보면 역외 펀드의 한 종류다. 룩셈부르크는 세금이 거의 없는 조세회피지역이어서 자산운용사들이 역외펀드 등록지역으로 선호해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