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해법 '가닥'…그리스 국채 탕감률 50%로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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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억 유로 은행자본 확충, 유럽기금 보증규모도 확대유럽연합(EU)이 23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발 재정위기를 해결할 종합대책의 가닥을 잡았다. EU가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은행 자본확충 △그리스 국채 탕감 비율 제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보증 규모 확충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 최종 결론은 26일 EU 정상회의에서 나오겠지만 일단 "희망이 보인다"(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의 위기 해법 논의가 고통스럽지만 진전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해법 결론, 11월 G20회의로 미뤄질 수도
◆은행권 자본확충 의견 합의유럽 각국이 큰 이견 없이 의견 접근을 이룬 분야는 은행 자본확충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 국채가 부실화될 것에 대비,민간 은행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본은 1080억유로 정도로 가닥이 잡혔다. 은행의 핵심자본비율을 9%로 높일 경우 1000억유로가량이 필요하다는 유럽금융감독청(EBA)과 EU집행위원회의 추산이 반영됐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핵심자본비율과 은행 자본확충 규모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은행 자본확충 방안은 독일과 프랑스가 중간 수준에서 타협했다. 은행들이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프랑스 안)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독일 안) 수순이 될 전망이다. ◆그리스 국채 탕감 비율 높이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은행들의 손실부담 비율도 크게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7월 EU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그리스 국채 헤어컷(탕감) 비율은 21%였지만 이를 50~60% 수준으로 높이자는 것.국채 탕감 비율과 관련해선 독일의 의견이 거의 그대로 관철됐다. 유로존이 최소 50% 이상 손실부담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유럽 은행권과 그리스 재계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탕감 비율이 50%가 넘을 경우 견디기 힘든 은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은행권이 "40%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며 진전된 안을 내놔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빅 바주카포'유럽기금 조성
4400억유로 규모 유럽기금은 현재 보증 규모가 7800억유로에 불과하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쓰러지면 힘써볼 방법이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유럽기금의 차입 규모를 늘려 실질 보증 규모를 최대 2조유로까지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기금의 보증 규모 확대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아직 확대 방식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IMF 역할 확대
이번 정상회의에선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 IMF가 신흥국들의 지원을 받아 유로존 채권을 매입할 특별 기금을 만드는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위르키 카타이넨 핀란드 총리는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신흥국과 비유럽 민간 투자자들이 SPV(특수목적기구)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가능한 대안"이라고 언급했다. EU 재정위기 대책의 골격이 드러났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핵심 쟁점인 유럽기금 확충의 향배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각국의 내부 정치 상황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최후통첩'이 26일 EU 정상회의가 아니라 다음달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