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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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실제 모습 다르기 일쑤…서울시장 투표, 이성으로 판단해야'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난 그 사실을 몰랐어.이제 와서 후회한 들 뭐하리.나는 바보가 돼 버린 걸~.'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바다 속 해면동물의 생활을 그린 애니메이션 '스펀지 밥 네모바지'의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다. 스펀지 밥이 후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연히 찢어진 바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친구를 웃기려 계속 바지를 찢다 친구를 잃은 것이다. 우리 모두 살다 보면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한숨 쉬게 되는 일 투성이다. 학창 시절 책값이라며 타낸 돈으로 딴 짓하고 도서관에 간다며 놀러간 일부터 성실한 사람을 답답하게 여기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말만 앞세운 허풍쟁이와 가까이 지내다 실망하고 손해본 일까지.
혼자 후회하는 정도면 괜찮다. 감추고 싶은 일이 만천하에 드러나 가슴을 치게 되는 수도 허다하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지만 인터넷과 감시카메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생활마저 집어삼키는 판이다. 감시카메라를 통해 국내는 물론 지구 반대편에서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죄다 들여다보는 '이글 아이'가 영화에만 있으란 법도 없다.
무심코 한 뒤 까맣게 잊은 행동,관행이다 싶어 신경조차 쓰지 않은 일까지 몽땅 털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찍은 사진 한 장이 거짓말의 증거가 돼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이나 대검찰청 차장 퇴직 후 7개월간 법무법인에서 받은 월 1억원 때문에 청문회도 못해보고 사퇴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에서 보듯 과거같으면 넘어갔을 법한 일들이 꼼짝없이 걸려 발목을 잡는다. 억울하다는 외침은 부질 없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들은 눈 앞의 것만 믿는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기준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한 일로 일생을 기다리고 애쓴 일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는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성에 반하는 비합리적 행동은 대표적이다. 고친 답은 틀리고,대박을 노려 무리하게 대든 투자는 실패하고,분명 저쪽이 더 반듯하고 능력도 있어 보이는데 너무 똑똑하고 잘나 보이는 게 얄미워 다른 쪽을 선택하면 결과가 뻔하다는 걸 경험하고도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게 그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누가 좋아서 찍기보다 누가 싫어서 혹은 그가 속한 집단이 싫어 반대편을 찍는 수가 많다.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데도 불구,한 쪽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다른 쪽을 택하는 일도 잦다. 나랏일을 할 사람이라면 매사에 거짓이 없어야 하는 건 물론 지지세력에 대한 보상 의무 없이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최우선 조건인데도 저사람이라면 내편을 들어주겠지라는 막연하고 헛된 생각에 뽑는 수도 적지 않다. 선출직의 경우 논공행상의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판단은 힘들 수밖에 없고,세금은 낭비되기 십상이다. 공인(公人)의 자격 내지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작은 거짓말도 두려워하고,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할 줄 알고,목적이 아무리 근사해도 수단과 방법이 옳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양심은 본능을 포기하는 것'이란 프로이트의 말을 기억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서울시장은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자리다. 열심히 노력해서 번 돈으로 세금과 4대 보험료를 제대로 냈는지,수입에 합당한 생활을 해 왔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돈으로 툭하면 오르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내고 치솟는 기름값을 지불하면서 가슴이 철렁해져 본 사람이라야 세금이,남의 돈이 얼마나 아깝고 귀한지 알 테니까 말이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쓴 작가 츠바이크는 '소홀히 한 1시간은 천년을 주고도 되살 수 없다'고 말했다. 소홀히 한 투표의 결과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드러난 이미지나 실천 가능성이 낮은 공약(空約)에 휘둘리는 일 없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라고 땅을 치며 후회해봐야 헛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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