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복지예산…죽은 노모 명의로 9년간 3000만원 수령

복지정보 관리 엉망…2년 새 8000억 누수
정부, 매장장·화장장 정보 활용도 추진
부산 남구에 사는 A씨 노모는 1997년 사망했다. 하지만 A씨는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02년 노모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다.

A씨는 올해 3월까지 무려 9년간 기초생활보장 생계 · 주거급여로 2434만원,기초노령연금 330만원,경로연금 330만원,교통수당 19만원 등 모두 3114만원을 챙겼다. ◆연간 두 차례 복지누수 조사

A씨의 부정수급 사례는 정부가 복지와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관리했다면 훨씬 오래전에 적발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이미 사망한 A씨 노모는 1997년 이후 건강보험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내줬다. 정부는 뒤늦게 부당지급액 회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간 현금으로 지급된 것이어서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을 통해 관리하는 복지사업의 총 규모는 약 20조원이다. 이 가운데 8조원가량이 현금 급여성 사업이다.

사통망이 지난해 2월 본격 가동되면서 복지부와 보건복지정보개발원은 매년 두 차례 조사를 해 부적정 수급자를 가려내고 있다. 이미 드러난 부당지급 사례는 작년 21만4000여명,3839억원이었다.

올해는 1차 조사에서 13만9000여명,3351억원에 달했다. 올해 말 한 차례 조사가 더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통망 도입 이후 적발된 복지예산 누수액은 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득 있어도 신고 안해"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4851명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는 소득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용직 근로 등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정부로부터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아왔다. 사통망 가동으로 189억8000만원에 달하는 기초생활보장 생계 · 주거 급여가 부당 지급된 것이 최근 확인됐다. 정부는 사망자 정보가 집계되는 매장장 또는 화장장의 정보를 활용해 사망 사실 등을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망 사실을 숨긴 채 복지 급여를 타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면 복지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통망이 가동되면서 소득을 낮추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이 개선해야

문제는 지난해 초 사통망이 도입됐는 데도 부정 수급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복지 누수를 감시하는 종합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작년에는 국세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해당 복지수혜자의 소득과 재산 자료만 넘겨받아 조사를 실시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 재산 요건을 확인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 올해 새로 이 조사를 해보니 부정수급 사례를 더 많이 적발할 수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통망은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개별 복지 사업이 다른 법률에 따라 요건 등이 각각 다르다 보니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도 "148만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매년 10만명 정도가 새로 들어오고 나간다"며 "아직은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적발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