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승부사' 잡스 "이상을 향한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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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傳記 전세계 동시 출간"1960년대를 휩쓸었던 이상주의 바람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다. 그 바람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특별함'에 대한 열망
입양아라는 아픔 큰 영향…주변 철저히 통제하려 해
디자인은 창작물의 영혼
단순함과 통일성에 집착 "더 깊이 깊이 파고들어라"
식지 않은 몰입과 열정
6개월 매달린 애플스토어, 7분 만에 "완전히 바꿔라"
불세출의 기업가이자 혁신적 파괴자인 스티브 잡스의 인생관이다. 그는 1982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요즘 학생들은 이상을 추구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경영수업만 열심히 받지,이 시대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철학적인 문제들에 시간을 쏟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설파했다. 잡스는 승부사였다. 돈도 명예도 부차적인 것이었다. 언제나 최고를 추구했고 모든 것을 걸고 몰입했다. 24일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된 잡스의 전기는 한 인간으로서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생 여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는 늘 살아가고 있는,살아야 하는 의미에 천착했다. 사생아로 버려진 경험,애정어린 양부모 밑에서도 자신을 옥죄어오던 결핍은 인도의 선불교에 빠지도록 만들었고 끊임없이 자아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잡스와 함께 매킨토시 PC를 개발한 앤디 허츠펠츠는 "스티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버림받음'이라는 주제"라고 말했다.
실제 잡스는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이라고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버려졌던 초년.이것이 성년의 잡스를 독재자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주변 인물과 사물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열망과 타인들과 거침없이 갈등을 연출하는 독단적인 성격도 초기 자아 형성과 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평이다. 자신이 만든 제품에서 끊임없이 강조해온 디자인 원칙,'단순함'과 '통일성'도 삶의 궤적과 많이 닮아있다. 그는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이라며 "그 영혼이 결국 여러 겹의 표면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정으로 단순하기 위해서는 매우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며 "제품에 대한 모든 것과 그것의 제조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스 전기를 쓴 인물은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과 케이블TV CNN 사장을 지낸 월터 아이잭슨이다. 그는 잡스가 두 가지 유산을 남기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혁신과 변혁을 선도하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나머지 하나는 △영구히 지속되는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그런 잡스의 열망이 고스란히 투사된 회사였다.
잡스는 1970년대 자신의 대학시절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선(禪)과 마약이 대학가를 휩쓸던 신비의 시대에 성년이 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 멋진 무언가를 창출하는 것,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역사의 흐름과 인간 의식의 흐름 속에 되돌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잡스의 이 같은 의식은 기업경영을 통해 애플 기업문화에 속속들이 스며들게 된다. 잡스는 1982년 매킨토시 PC를 개발할 때 직원들을 모아놓고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Journey is reward)"라는 격언을 소개하며 독려했다. "긴 세월이 흘러 지금 이렇게 함께 보낸 시간을 돌이켜 보면,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잊어버리고 황홀했던 절정기만 떠올리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기업가로서 탁월한 실적과 명성을 쌓아올리면서도 잡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변해갔다. 직영 매장인 '애플 스토어'를 준비하는 과정은 기업가로서 그의 의식을 지배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어렴풋이 보여준다. 2000년 10월 애플 스토어 시안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 실무자인 롭 존슨은 매장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
잡스는 "그러려면 얼마나 큰 변화가 필요한지 아느냐"며 "무려 6개월이나 여기에 매달려놓고 무슨 소리냐"고 격노했다. 하지만 불과 7분이 지난 뒤에 존슨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혁신이기에 앞서 혼신의 힘을 다한 '영혼의 승부',그것이 바로 잡스가 남긴 이정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