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써 모순 드러내는 MRO 매각

삼성이 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어차피 팔기로 한 회사가 외국계 사모펀드가 아닌 국내 기업에 팔리게 돼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허다한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IMK의 영업 범위를 계열사와 1차 협력업체로 국한시키겠다던 삼성과 중소MRO업체들 간의 신사협정부터가 그렇다. 이런 약속은 깨질 수밖에 없고 그 자체로 희한한 약속이다. 인터파크가 삼성으로부터 5년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지만 삼성만 믿고 영업에 손을 놓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당장의 성장성도 문제지만 5년 뒤 삼성과의 거래 중단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인터파크는 중소 MRO들과 무차별적인 전쟁을 벌일 것이고 이는 중소기업들을 훨씬 열악한 구조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삼성에 납품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던 중소기업들이 납품권을 따낼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벤처기업협회는 벌써부터 새로운 판로가 확보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거래업체들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터파크는 중소벤처기업들을 통해 온라인으로 소모성 자재를 판매토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IMK망에서 배제된 중소기업들은 시장이 더 좁아진다. 기존 납품업체들에 대한 단가 인하요구가 거세질 것은 뻔한 일이다. 결국 반MRO 캠페인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인터파크도 그렇지만 삼성도 5년 뒤가 고민이다. 인터파크를 통한 자재조달이 가장 효율적이라면 납품권을 보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내 구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의 청탁전화를 다시 받아야 하고 납품업체들은 부패 혹은 접대로 복귀해야 한다. 삼성의 경쟁력은 다시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바보들은 항상 일을 거꾸로 한다. 일부 언론까지 가세한 반MRO 캠페인의 결과다. 웃어야 할 것인지 울어야 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