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또 수시인사…'기획통' 윤순봉, 의료ㆍ바이오에 투입

삼성, 사장단 인사 스타트

의료서비스 1등 '특명'…계열사 관련 업무 총괄
'인사통' 정유성 油化 맡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또다시 수시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25일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으로 임명하고 삼성석유화학 사장엔 정유성 삼성전자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윤 사장은 지원총괄 사장과 함께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의료 · 바이오 · 헬스케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삼성 내에서는 이날 인사 폭이 작지만 12월 초로 예정된 연말 정기인사를 40여일 앞두고 나온 갑작스런 인사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순봉,의료 · 바이오 사업 전면 배치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윤순봉 사장의 자리이동이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삼성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전략 · 기획통이다. 평소 아이디어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능력도 뛰어나다. 1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던 석유화학을 2009년 맡아 작년 2000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삼성서울병원이 1994년 개원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경영진단을 받았다"며 "그 결과 또 한번의 혁신을 통해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라 판단해 윤 사장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사장이 겸직하는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은 새로 신설한 자리"라며 "그룹에서 정한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 · 헬스,의료사업에서 삼성서울병원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방안을 찾게 하는 게 윤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삼성은 작년 초 의료기기 · 바이오 · 헬스케어 등을 포함한 5대 신수종사업을 확정했다. 의료기기는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이 맡고 있고 바이오는 미국 제약업체 퀸타일즈와 합작해 세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담당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회사가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병원은 그동안 '디지털 병원' 전략을 추진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장례식장을 갖추며 혁신을 꾀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윤 사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그룹 내 의료 · 바이오 담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삼성 의료사업을 총괄 · 기획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삼성석유화학 사장에는 정유성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을 역임한 '인사통'이다. 지난 6월 그룹 인사지원팀장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계열사 CEO로 복귀했다. ◆또다시 수시인사…왜?

이날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으로부터 인사안을 보고받은 뒤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해외출장에서 귀국하면서 인사시기를 앞당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길 건 없다. 인사폭은 조금 더 있어봐야 알 것"이라고 답했다.

때문에 갑작스런 인사를 한 이유가 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서둘러 진용을 개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삼성 내부에선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장단 인사가 또 한 차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세 차례 연속된 수시인사로 12월 정기인사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며 "내달 중 또 한 차례 수시인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