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조폭에겐 총기 적극사용"

[한경속보]조현오 경찰청장이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조폭에게는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필요한 장비를 총동원하라고 25일 지시했다.‘경찰의날’인 지난 21일 인천에서 발생한 조폭들의 유혈난투극에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난이 빗발친데 따른 후속조치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천 조폭 사태 때 현장 경찰관들이 왜 위축되고 주눅 들었겠나.변명하자면 경찰이 조금만 뭘 해도 인권 문제로 곤욕을 치러왔기 때문”이라며 “조폭에게는 인권 문제를 내세우지 않고 과감하게 총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사격훈련은 왜 하고 장비는 왜 들고 다니나.조폭 숫자가 많다고 꽁무니를 뺀다면 국민이 어떻게 살겠나.자기 목이 달아나고 팔 다리가 부러져도 조폭 문제는 국민을 위해 뿌리 뽑아야 한다”며 “무조건 쏘라는 게 아니라 ‘맨몸-삼단봉’으로 안 되는 상황에 총기를 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무리 불법행위더라도 총기를 사용하면 안 될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쓰지 않고 조폭이 떼로 몰려올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뜻”이라며 “부산지방경찰청장 시절에도 ‘권총 쏘라’고 했다가 언론의 비난을 받았지만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적극적인 총기 사용 뿐 아니라 문신으로 몸을 휘감은 채 목욕탕에 나타나거나 공공장소에서 90도로 경례를 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경우 경범죄 규정을 폭넓게 적용해 단속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경찰이 관리하는 조폭 5451명의 생계수단을 철저히 파헤쳐 유흥업소 물품공급 과정의 폭력행위,건축회사로 위장한 ‘기업형 조폭’ 등을 근절할 계획이다. 조 청장은 “연말까지 불관용 원칙 아래 조폭과 전쟁을 치를 것”이라며 “경미하고 사소한 범죄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일선 경찰들에게도 “소극적이거나 뒷꽁무니 빼면 대한민국 경찰과 함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인천 조폭 사태처럼 조폭끼리 눈 앞에서 칼부림을 벌이는데도 관망만 할 것라면 옷을 벗을 각오를 하라는 경고다.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12월 말까지를 ‘조직폭력 특별단속 및 일제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각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조폭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조 청장은 장례식장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부정부패 척결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그는 서울 영등포구 일대 일부 경찰들이 장례식장과 유착해 ‘시신 장사’를 한 것에 대해 “장례식장 유착비리 뿐 아니라 교통사고 처리관계,교통수요 다발업체,각종 사건사고 처리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조직 내부에 어떤 반발이 있더라도 99.8%의 경찰들이 염원하는 길을 반드시 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곳은 총경 승진자를 줄일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수사주체로 인정 받았던 만큼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주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