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vs 진보…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났다

시민 세력의 정치 도전…민주당, 조력자 전락
정당·지역에 기반한 기존 선거방식 변화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이었다. "

서울시장을 비롯 전국 11개 기초단체장을 뽑은 10 · 26 재 · 보궐선거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꼽았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흑색 선거전이었다"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은 "1987년 직선제 이후 유지돼 온 정당-후보-유권자로 이어진 구도가 완전히 재편된 선거"라고 평했다. 거대 여당 후보와 시민단체 출신 야권 후보 간 일 대 일 대결 속에 차기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해 사실상의 대리전을 치렀다.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확성기와 조직선거 자리를 쌍방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뉴미디어가 밀고 들어왔다. 이전까지의 선거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당 후보와 범야권 후보의 일 대 일 구도로 전개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해 무소속 후보에게 범야권 단일후보자리를 내주는 초유의 현상이 벌어졌다. 조력자로 전락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다른 군소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원순 후보가 '무지개 연합'으로 꾸려진 선거대책위원회를 별다른 잡음 없이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도 시민사회단체 출신 무소속 후보인 점이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 나경원 후보 대신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대한 영입 작업을 벌이면서 다소 삐걱댔지만 나 후보로 확정된 후 빠른 속도로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야권의 결집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층 결집을 자극하면서 보수와 진보 후보 간 사생결단식 선거전이 전개됐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정당 대 정당이 아닌 정치세력 간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총력전이 벌어졌다"며 "정당과 지역 구도 속에 진행돼 온 기존 선거 양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후보 검증을 위한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다. '양아치''쓰레기' 용어까지 등장했다. 선거 초반 박 후보에게 15% 이상 뒤지던 나 후보 측이 먼저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박 후보의 병역 · 학력 의혹과 재단기부금 모금활동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네거티브는 지지율에서 뒤지는 후발주자가 즐겨쓰는 선거 전략이다. 실제 선거 초반 네거티브 공세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나 후보 측은 박빙구도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이 나 후보 부친의 재단감사 제외 청탁과 재산축소 신고 의혹,강남 고액피부클리닉 문제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역공에 나서면서 공방전은 한층 가열됐다. '네거티브는 본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선거 전략이 무색할 정도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팀장은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끝난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이었다"며 "네거티브 공방전에 서울시장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이 가려진 점은 두고두고 되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 대권주자들이 뛰어들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 기성 정치권에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