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연내 후속대화 가능성…한·중·러 '외교전' 속도

2차 北美 고위급 대화

양측 대화 결과엔 온도차…北核 6자회담 재개로 갈 듯
제2차 북 · 미 고위급 대화가 마무리되면서 6자회담 당사국 간 후속대화를 둘러싼 외교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북 · 미 양측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24일부터 이틀간 열린 대화에서 극적인 성과물을 내지는 못했다. 북 · 미는 회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 직후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데 반해 미국 측은 보다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건설적이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대표가 주장한 '커다란 진전'은 외교적 수사라는 평가가 많다.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중 가장 핵심 사안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을 놓고 양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증강된 핵능력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과 이를 '사전조치'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미국의 입장 차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절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측 모두 대화기류를 이어갈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수석대표는 연내 후속대화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측 수석대표는 "우리 대표단은 뉴욕 북한 대표부를 통해 북측과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후속대화의 일정을 잡지는 못했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는 양측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내비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양쪽이 판을 깨지 않고 대화를 계속할 의지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진전"이라고 26일 평가했다.

이번 북 · 미 대화를 계기로 북핵협상은 '6자회담 재개'로 방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재개를 결정할 최종협상을 두고 관련국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6일부터 사흘간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북 · 미 대화를 앞두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촉구했던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협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인 리커창 국무원 상무부총리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배석해 한반도 관련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를 글린 데이비스 대표로 교체하면서 대화 속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번 대화 결과에 대해 관련국을 순방하며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공감대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도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정된 한 · 러 정상회담에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