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 민주 양당의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시장과 11개 기초단제장 등을 뽑는 재 · 보궐선거전이 어제 막을 내렸다. 서울시장 선거는 50%에 육박한 투표율이 말해주듯 시민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 정치권은 이제 내년에 열릴 총선 대선을 향해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 정파들은 이합집산의 심각한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는 행정력과 정책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을 뽑는 지자체 선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앙정치가 지방 단위에서 재연됐고 대선후보들이 총출동해 내년도 대선을 앞둔 탐색전의 성격을 띠었다. 선거 공약도 지자체의 일상적인 정책들이 아니라 거대 담론 투성이었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개선하거나 삶의 질을 높여보려는 따위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 사회 갈등구조의 첨예한 축소판이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득세했고 후보의 이미지만을 강조하는 전략이 판을 쳤다. 이번 선거는 특정 후보를 선호해서 투표한 시민보다는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최악의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투표였던 셈이다. 나경원 후보를 마지못해 찍을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심사, 기어이 박원순 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새 시장은 물론 정치권도 잘 읽어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정치 혐오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방증이다. 시민단체의 책임도 더 커졌다. 시민단체의 활동은 앞으로 적지않게 곱지않은 시선을 받을 것이다.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됐고 정치 지망생들의 얼굴 알리기나 인격 포장하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주요 정당들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한나라당은 억지춘향식으로 후보를 냈고 민주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정당으로선 치욕적인 선거판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비정당인들이 대거 정치시장에 새로 뛰어들었고 판을 흔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정당은 위기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이제 진정한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