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방식 바꾸니 잠재실업률 4배로 '껑충'

KDI, 청년 1200명 조사…실업률 4%서 5.4%로
노동 현실에 맞게 고용통계 개선책 서둘러야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실업률 통계가 실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통계를 작성할 때 활용하는 설문 방식의 일부만 바꿔도 실업률 수치가 오르고,잠재실업률은 4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고용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통계 왜?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청년층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고용통계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수치 간에 큰 차이가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9월 한국의 실업률은 3.0%였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실업률의 절반 수준이다. 15세 이상 29세 미만 청년실업률도 한국은 6.3%였다. 선진국의 두 자릿수 청년실업률보다 고용 사정이 훨씬 좋다. 하지만 한국 대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취업률은 50%가 채 안 된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친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 이번 조사의 핵심 내용이다. KDI는 서울지역 20대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까다로운 한국의 실업 통계통계청이 집계하는 실업자의 공식 정의는 △지난주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고 △지난주 일이 제시됐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를 계산할 때 빠진다.

예컨대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면서 혼자 취업 준비를 한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다. 이력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 숫자만 지난해 62만5000명에 달한다. 20대 청년층 실업자 31만2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일시 해고자나 취업 예정자 모두 구직활동 요건에 관계없이 실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잠재실업률은 '취업을 원하고 즉시 취업이 가능'하지만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돼 공식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다. 취업 의사는 있지만 일거리를 찾을 수 없거나 자격이 부족해 구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직 단념자가 대표적인 잠재실업자다. 지난달 기준 구직 단념자 숫자만 20만3000명에 달한다. 이들도 실업 통계에서는 빠진다. ◆조사 방식만 바꿔도 실업률 '껑충'

KDI는 통계청이 작성하는 고용통계 설문의 내용을 일부 바꿨다. 취업활동을 지난 한 주로 한정하지 않고,취업 희망 여부를 먼저 확인했다. 즉시 취업이 가능한지를 묻는 방법으로 설문을 바꿨다.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기존 방식을 적용해 산출한 실업률은 4.0%였으나 새로운 방식으로 조사한 실업률은 5.4%로 뛰었다. 잠재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4.8%에서 21.2%로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잠재실업자는 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해서도 그 규모와 동향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