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내년 상장 추진…'민영화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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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회장, 해외 투자자에 투자의향 타진산은금융지주가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다. 인수 · 합병(M&A)을 통한 수신기반 확대가 불확실하다면 기업공개(IPO)를 통해서라도 민영화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재정부 '긍정적'…금융위는 헐값 비판 우려
하지만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IPO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26일 정부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산은지주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실무진은 산업은행 민영화 세부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산은지주의 IPO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산은지주는 먼저 M&A를 통해 수신기반을 확대한 뒤 상장하겠다는 기존 민영화 전략을 수정,국내외 은행 M&A와 IPO를 병행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M&A나 IPO와 같은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민영화 방향이 크게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민영화 계획을 수정하게 된 배경이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이 같은 민영화 계획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최근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IPO시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산은지주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IPO 결정을 내린다면 내년에 국내시장에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간 검토해온 프리IPO(사전 기업공개)나 해외 상장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산은지주의 자기자본(비지배 주주 포함)은 23조원 규모.현재 국내 은행권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5~0.9%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산은지주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11조5000억~20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1~2위권인 신한금융(21조원),KB금융(16조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취약한 수신기반이나 정부 소유 은행 특성상 기업 가치가 은행권 평균에 미달할 가능성도 있다. 공모물량은 전체 주식(3억6265만8421주)의 10% 선으로 예상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올해 추진했던 산은금융과 우리금융 간 M&A가 무산된 데다 국내외 은행과 M&A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민영화 계획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감사원도 지난 23일 정책금융기관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금융위가 산은지주 민영화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민영화가 장기 표류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민영화 방법과 전략 일정 등을 담은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산은지주 주식을 직 · 간접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정부도 산은지주 IPO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산은지주 지분 매각을 통해 9000억원의 세외 수입을 책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M&A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정부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IPO뿐"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는 IPO에 다소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가가 장부가보다 낮을 경우 싼값에 정부 주식을 팔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그때 검토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통상 6~8개월가량 걸리는 공모절차를 고려할 때 정부가 연내 산은지주의 IPO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 1주 이상을 팔아 민영화를 시작해야 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