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中 자동차 시장 더딘 회복…국내는 '신차 효과'로 선방
입력
수정
자동차 업황 전망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팀장2011년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렸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크게 감소했던 자동차 소비의 빠른 회복을 기대했지만, 각국의 지속적 재정 악화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 고용지표 악화 등 제반 경제상황이 부진에 빠지면서 자동차 판매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특히 글로벌 3대 자동차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유럽의 동반 부진으로 자동차업계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연초 7580만대로 예상됐던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하반기 들어 격해진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와 맞물리면서 7200만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환경 속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성적표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챕터(Chapter) 11’의 수모를 겪었던 GM이 정상을 찾고, 포드가 저력을 발휘하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업체의 어려움에도 연이은 리콜로 인해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던 일본 업체는 ‘3·11 대지진’을 겪으면서 또다시 힘든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의 평가절상이 강해지고 가격 경쟁력까지 약해지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최근엔 동남아 생산기지인 태국도 큰 홍수를 겪으면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어려움은 도요타, 혼다, 닛산 같은 빅3 외에 미쓰비시, 마쓰다 같은 후발업체까지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크게 기대했던 신모델 출시에도 시장 회복이 더뎌지고 소비성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큰 반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유럽 업체의 경우 입지가 단단한 독일산 브랜드와 타국산 브랜드 간 격차가 벌어졌다. 유럽 내 유럽산 브랜드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유로존 리스크에서 이들이 자유롭긴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로컬업체 역시 긴축정책에 따른 보조금 지원 종료와 대도시의 자동차 규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8~2010년 연간 성장률이 38%에 달했던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올 들어 3%에 그치는 부진함을 보였다.
특히 JV(조인트 벤처) 업체에 비해 로컬 브랜드의 타격이 훨씬 심했다. 1위 업체인 BYD의 경우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이 22만58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22% 급감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2억7500만위안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88.63% 급감하며 로컬기업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이런 어려움은 충돌 테스트, 연비 등급의 기준이 높아지는 내년에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자동차 판매는 신차 판매 효과와 고연비 모델 증가로 인해 매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9월까지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4.2% 증가한 110만6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모닝, 르노삼성 SM7, 한국GM 올란도, 쌍용 코란도C 등의 신차 효과가 소비심리를 그나마 해동시켰다.
모델별로는 승용차가 3.6% 증가했고 상용차는 7.1% 늘어났다. 승용차는 대형급이 40.2%, CDV급이 63.0% 증가하며 신차 효과를 가장 톡톡히 봤다. 모닝의 인기와 더불어 경형급에서도 19.7%의 높은 성장세가 나타났다.
상용차도 활황을 보였다. 수출입 물동량 및 산업 수요 증가, 교체 수요 등으로 트럭은 9.9%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년 전망을 위해서는 각국의 재정위기가 잉태한 경제위기가 과연 실물 사이드, 즉 소매금융이나 직접 소비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2012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소비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대비 역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브프라임과 1차 유로존 리스크 이후 자동차 소비가 크게 감소한 상태로 ‘억눌린 수요’(pent-up demand)가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의 소비 이연 상황에서 낮아진 눈높이에 맞는 다운사이징 고효율 신모델이 대거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올해는 신흥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긴축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기에 큰 폭의 성장을 보이긴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세계 1위 자동차 소비국인 중국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하반기 시진핑으로 정권 교체에 따라 어느 정도 긴축정책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또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점진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완만한 성장에 대한 기대는 가능하다. 따라서 내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올해 대비 5~6% 증가한 7600만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