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쏘옥'…혀끝에 '살살'…힘 절로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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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新특산물 '갯벌 장어''강화도의 특산물은?' 하면 인삼 · 화문석 · 순무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최근 들어 강화의 특산물이 하나 더 늘었다. 갯벌장어다.
갯벌장어는 치어 때 양식장에서 자란 장어를 갯벌에 일정 기간 풀어놓아 자연산에 가깝게 만든 것.일반 양식장어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탱글탱글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이런 입소문이 '우나기(장어)'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일본까지 퍼졌을까. 219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장어요리 전문점 주바코(重箱)의 8대 장인 오타니 신이치로 씨가 강화 갯벌장어를 직접 보겠다며 갯벌로 나섰다.
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의 이태영 헤드셰프와 함께 오타니 씨의 강화 나들이에 동행했다.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강화갯벌한국은 세계적인 갯벌 자원국이다. 남한의 갯벌만 약 2900㎢,북한까지 더하면 한반도의 갯벌은 6000㎢에 육박한다. 하지만 남한 갯벌의 40% 정도는 이미 간척이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다. 강화도 갯벌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원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생태체험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포에서 강화대교나 초지대교를 건너면서 처음 만나는 강화도의 모습이 바로 갯벌이다. 강화갯벌의 전체 면적은 353㎢.캐나다 동부 연안,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아마존강 하구,북해 연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힌다. 강화갯벌을 처음 본 오타니 씨는 그 광활함에 먼저 탄성을 내질렀다.
◆갯벌장어,"뻘에서 다이어트 했죠"강화갯벌의 대표 지역으로는 흔히 서쪽의 장곶돈대와 동쪽의 초지돈대 남쪽에 있는 남단갯벌을 꼽는다. 하지만 강화도는 해안 전체가 갯벌이나 다름 없다. 화도면 버스터미널에서 북쪽으로 길을 잡아 고창촌과 소루지를 지나 서북쪽으로 향하자 곧 갯벌이 나타난다. 화도면 내리의 송강돈대와 후포항 선착장 사이에 있는 갯벌이다.
이곳 제방 안쪽에 갯벌장어를 키우는 소루지양식장이 있다. 제방 안쪽에 둑을 쌓아 양식장을 만든 다음 바다 쪽 갯벌과 커다란 관으로 연결해 밀물과 썰물 때 자연스럽게 뻘물이 드나들게 해 놓았다.
2000년부터 갯벌장어를 키우고 있는 소루지양식장의 김지연 대표는 "전남의 양식장에서 마리당 500~600g으로 다 자란 장어를 가져다 갯벌에 75일 이상 풀어놓고 아무런 먹이도 주지 않으면 스스로 갯벌에 적응하면서 20%가량 무게가 주는 대신 기름기가 빠지면서 육질이 탱탱해지고 장어 특유의 흙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식장에 있던 장어 몇 마리를 갯벌에 풀어놓자 잽싸게 뻘 속으로 파고든다. 장어를 손으로 만져보기만 해도 무게와 탄력 등을 알 수 있다는 오타니 씨는 "장어를 만졌을 때 물렁한 느낌이면 기름기가 많은데 갯벌장어는 힘이 좋고 탄력이 있다"고 했다.
◆일본 장어 명장도 감탄한 맛
마침 점심 무렵이라 갯벌장어를 쓰는 구이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포시 월곶면의 '나루터 숯불장어구이' 1호점(031-981-1071).손질한 장어를 숯불에 굽자 오타니 씨는 "연기가 많이 나지 않은 걸 보니 역시 기름기가 많지 않다"며 "일본에선 기름기를 빼기 위해 장어를 한 번 찌는데 갯벌장어는 기름기가 적어서 흙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로 돌아와 일식당 주방에서 초벌구이-찜-재벌구이의 주바코 스타일로 갯벌장어를 요리해본 그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며 만족해 했다. 장어구이의 제맛을 느끼려면 흙냄새나 잡냄새가 없어야 하는데 흙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강화 갯벌장어뿐이라는 것.
그는 결국 내달 23일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주바코 스타일의 장어요리를 선보일 때 강화 갯벌장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주바코의 장인이 일본 장어가 아닌 타 지역 장어로 재료를 바꾼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 신라호텔, 219년 전통 '주바코 스타일' 장어 특선
서울 신라호텔은 내달 23일 주바코의 7,8대 장인인 오타니 부자(父子)를 초청,일식당 아리아께(02-2230-3356)에서 219년 전통의 주바코 스타일로 요리한 강화 갯벌장어를 선보인다. 양념구이는 강화 갯벌장어로,소금구이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공수한 250g 미만 2년산 장어로 할 예정.주바코 스타일의 양념구이는 초벌구이-찜-재벌구이 과정으로 요리하는데 재벌구이 땐 불을 조절해가며 특제 간장소스를 바르고 굽기를 세 차례 반복한다. 잉어된장국,꼬치요리 등 코스 요리도 제공한다. 단품으로 강화 갯벌장어를 맛보려면 아리아께와 제주 신라호텔 일식당 히노데(064-735-5339)에서 주바코 스타일로 내놓는 구이와 덮밥을 먹으면 된다. 아리아께의 구이와 덮밥은 각각 5만2000원,히노데의 갯벌장어 양념구이 특선 코스는 5만4000원.
강화=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