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안 열고 분유를 타네"…유럽 바이어가 반했다

글로벌 리포트 - 獨 발명전시회서 주목 받는 한국 발명가들

심청전 읽어주는 오르골…플라즈마 LED 살균램프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13社 아이디어 제품 인기
독일 뉘른베르크.히틀러가 사랑한 도시이며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던 곳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작은 보석상자'라는 애칭이 붙은 아름다운 이 도시는 요즘 세계 37개국에서 출품한 800여건 아이디어 발명 제품의 싸움터가 됐다. 이곳 무역전시센터에서 27일부터 30일까지 '2011 독일 국제 아이디어 발명 · 신제품 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시회장 곳곳에서 한국 발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니스토리의 정성하 대표(28)는 '분유 정량 토출장치(Dispenser)'를 출품,유럽과 중국에서 온 10여명의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이고 있었다. 이 제품은 분유통 뚜껑을 열지 않고도 기계적인 방법으로 정해진 양을 꺼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분유통을 따서 자주 여닫으면 공기중 습기 때문에 눅눅해지거나 굳는 경우가 있다. 외부의 세균이나 먼지가 들어갈 수도 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정 대표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분유를 타 먹인 뒤 깜빡하고 뚜껑을 금방 안 닫으면 분유가 굳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불편함을 느끼고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분유통 내에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명인 '바니'는 작은 딸의 예명이다.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옆 부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르골에 입체 이야기책을 결합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메이킹북스토리(대표 황은미 · 38)가 개발한 이 제품은 북아트를 이용한 교구이자 선물용품.아이들이 자연스레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황은미 대표는 "우선 흥부전 심청전 등을 소재로 오르골에 팝업북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정 대표와 황 대표는 모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청년 창업자들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진공이 기술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교육과정.대부분 40세 미만의 젊은이들로 최장 2년 동안 창업실무와 시제품 제작,판로 개척 등을 배울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창업사관학교 출신 13개 기업이 참가했다. 울산대 공학박사(재료공학) 출신인 강지훈 강앤박메디컬 대표(39)는 '생체용 고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척추고정기기',김범수 다원기술 대표(39)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을 겸비한 무선충전 시스템',이길우 두연테크 대표는 '플라즈마 LED 공기살균탈취 램프'를 각각 선보였다. 이 밖에 오디오 전용 디지털 무선마이크,스마트 커피로스터, 접지안전콘센트 스팀밸브를 갖춘 테이블세척기 등도 나왔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만든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아침 일찍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들을 격려했다. 송 이사장은 "일부 기업인은 학교 내 실습실 바닥에서 몇 달 동안 쪽잠을 자며 제품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며 "이들처럼 기술집약적인 제품으로 창업에 나서는 청년 기업인이 한국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재학생 중에는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창업을 준비한 사람도 있다는 게 송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학력과 경력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꿈은 한 가지다. 구글과 같이 글로벌 창의기업을 만드는 게 그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낙훈 중기 전문기자 / 뉘른베르크(독일)=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