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보너스잔치 할 때 한국 금융권은 임금 삭감"

금융위원장의 직설 "싸잡아 탐욕이라 비난 말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은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탐욕이란 말로 대표되는 반월가 정서로 국내 금융계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높은 수수료와 막대한 이익 등으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질타를 받고 있는 와중에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이 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서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1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해 와 30여분에 걸쳐 국내외 금융상황을 상세히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유럽에서 그리스 해법에 합의했지만 불안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는 외채를 끌어와 국민에게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 준 구조여서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들 국가는 내년 1분기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돌아오고 이후에도 분기별로 1000억~2000억달러를 갚아야 해 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금융계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1위 회사인 JP모건이 1860년대에 세워져 금융업의 역사가 150년에 이르지만,한국은 금융이 산업으로 형성된 것이 외환위기 이후부터 10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골드만삭스나 AIG처럼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회사에서 수십억,수백억달러 규모의 보너스 잔치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한국 금융계에선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인력이 떠나는 아품을 겪었고 최근 금융위기 이후엔 임금을 동결 · 삭감했다"며 미국과 같은 탐욕 시각으로 비판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배당에 대해서도 "미국과 영국 금융회사의 배당률은 60%를 웃돌지만 한국의 금융지주사는 20%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수료와 관련, "수수료를 두고 무조건 '비싸지 않느냐,탐욕이다'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수수료는 가격이고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 스스로 수수료의 원가를 계산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회사에 세 가지를 당부했다. 중소기업 서민 등에 대한 지원 노력,사회적 책임,경영투명성 확립 등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