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치명상' 日중소기업마저 열도 탈출

정부, 석 달 만에 또 시장 개입
장중 79엔대까지 진정…엔고 추세 꺾일지는 미지수

"살고 보자" 떠나는 기업
동남아 진출 조합 설립, 공장부지 공동매입 검토
엔화 가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중소기업마저 해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지역과 업종끼리 힘을 모아 한꺼번에 중국 등 신흥국에 진출하는 '집단탈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일본 정부는 31일 별러왔던 시장개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완화책 등 미지근한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은 화끈하게 반응했다. 장중 한때 환율이 전날보다 달러당 3엔 이상 오르며 모처럼 엔화 약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 등 엔화 강세를 이끌었던 대형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일본 정부의 엔고 저지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일본 중소기업 엑소더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대기업에 이어 지방 중소기업도 해외로 생산기반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고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주요 납품처인 대기업들도 줄줄이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서부에 있는 하마마쓰(浜松)시의 10개 중소기업은 지난 20일 동남아 진출을 목표로 사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자동차 부품부터 섬유 건설 등 다양한 업종이 참여했다. 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정보를 공동으로 수집한 뒤 입맛에 맞는 공단을 정해 공동 진출할 계획이다. 공단 부지 등을 함께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마(群馬)현의 중소 금형기업들은 멕시코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도 가쓰시카(葛飾)구의 플라스틱 성형 및 가공 업체 19개사는 이달 중 베트남을 시찰할 예정이다. 해외 공장 공동 설립이 목적이다. 해외 시찰 참여 기업 관계자는 "지금처럼 엔고가 지속되면 해외 생산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중소기업 중에는 단독 진출을 추진하는 곳도 적지 않다. 효고(兵庫)현의 금속가공업체인 마쓰모토제작소는 내년 3월 4억엔(60억원)을 들여 중국 광둥성에 새로운 공장을 세운다.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후루야공업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태국에서 시계와 카메라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산업공동화를 우려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막기만 하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요즘은 오히려 해외 공장 설립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엔고로 해당 지역 기업들이 망하는 것보다는 해외 이전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엔고(高) 이번엔 꺾이나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단행한 31일 엔화 가치는 달러당 79엔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지난 주말에 비해 엔화 가치가 거의 4엔가량 떨어지며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추가적인 시장개입 빼고는 일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지난주 일본은행이 발표한 금융완화책 정도로는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고,이미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도 없다. 시장에서 무한정 달러를 사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반면 엔화 강세를 이끌던 요인은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안갯속이고,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도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도 거의 사라졌다. 외환닷컴의 우에노 다이사쿠 종합연구소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정부의 시장개입이 외환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경우는 없다"며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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