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가인하 강행…7500개 평균 14% 내려갈 듯

내년 4월부터…필수 의약품은 제외
업계 "2조5000억원 손실" 강력 반발
정부가 제약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부터 약가를 일괄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전체 약값은 내년부터 평균 14% 정도 내려간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을 위한 세부규정(고시)'을 입안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반발을 감안,당초 8776개였던 인하 품목을 7500여개로 줄이고 기초 수액제 등을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약업계와 의약품 도매상들은 복지부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약업계는 당장 2조5000억원 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탓에 내년 초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한 번 적발돼도 퇴출"

복지부는 단독 등재 의약품,퇴장 방지 의약품,기초수액제 등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필수의약품을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3개사 이하에서 생산하는 희귀의약품은 약가를 우대 적용(오리지널 70%,제네릭 59.5%)하기로 했다. 제약사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개량신약과 혁신형 제약기업의 복제약 · 원료합성 복제약 등도 우대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침으로 인한 연간 약가 절감액은 총 1조7000억원으로,지난 8월 발표한 2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보건의료계가 모두 참여하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협약' 체결을 연말까지 추진하고,리베이트 적발 시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는 한편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등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기반 무너진다"제약업계는 복지부 발표 직후 "업계를 죽이는 '반토막 약값' 정책"이라며 격한 반응을 내놨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인 혈전용해제 '플라빅스(한독약품)'는 1정에 2014원에서 내년 4월부터 1164원으로 42% 떨어진다. 이 약의 복제약인 플래리스(삼진제약)는 현재 1732원인데,신약 플라빅스와 동일하게 1164원이 돼 가격이 33% 내려간다.

대표적인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화이자)는 917원에서 663원으로 28%,리피토의 복제약인 리피논(동아제약)도 835원에서 663원으로 21% 저렴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나 제네릭(복제약)이 많은 국내 제약사 모두 타격이 큰 정책"이라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이날 복지부 발표에 맞춰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이대로 약가를 인하하면 제약산업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100만인 서명운동,제약인 총궐기대회,의약품 생산 중단,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중견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약가)인하 폭을 줄였다고 하지만 어차피 막대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내세운 각종 예외조항도 대부분 1년간 한시적 예외이기 때문에 결국 제약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제약사의 합산 예상 손실액은 (보험의약품)매출총액 12조8000억원 중 2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9.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소람/이준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