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ㆍ병원도 수수료 인하 요구…카드업계 "여력없다" 거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내려달라며 음식점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유흥업소와 병원 호텔까지 인하를 요구하자 카드업계가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업종별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는 순간 각종 이해단체들이 실력행사에 나서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31일 "음식점업계 종사자 수만명이 집회를 하며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했지만 음식업종만 따로 인하한 것이 아니라 매출액을 기준으로 인하 범위를 정했다"며 "업종별로 수수료율을 손보기 시작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중소가맹점 기준을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수수료율도 2%대에서 1.6~1.8%로 내리기로 한 만큼 카드회사들의 추가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선 카드회사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A카드회사 관계자는 "지난 번 수수료율을 낮춘 것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편의를 봐준다는 고통 분담 차원이었다"며 "병원이나 호텔처럼 돈을 잘 버는 곳까지 내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현재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2.5~3.5% 수준의 호텔업종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수수료율(2.07%)보다 높다며 1.5%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수료율(2.5~2.7%)을 종합병원(1.5%) 수준으로 인하해 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모임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이번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율 결정은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특정 업종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