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FTA 이중플레이'…얻을 거 다 얻고 '4野 눈치보기'

총선 계산 '갈팡질팡'…ISD 전면 폐기만 고집
여야의 절충안 마련으로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의 공이 민주당으로 넘어갔지만 민주당 사정은 녹록지 않다. 여야 협상파가 모처럼 국내피해보상 대책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조항,개성공단원산지 인정 등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논리에 갇혀 있어서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31일 "한 · 미 FTA는 역사에 기록으로 남는다. 정면 대결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한 · 미 FTA 강행처리를 통해 보수층 결집을 노릴 것이다. 정면 대결을 통해 범 야권에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 공조 분위기가 강화되는 것도 합의처리엔 악재다. 강력 반대하는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향후 한 · 미 FTA발효 이후 국내 피해상황이 커질 경우 불어닥칠 책임소재가 부담이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강경파들은 ISD조약을 국내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신을사늑약'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야권통합을 위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헌법'처럼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과 타협해서 FTA를 처리할 수 있겠느냐"면서 "FTA가 국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경우 발생할 책임문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여 · 야 · 정 협의체를 통해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지난 30일의 여 · 야 · 정 합의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국내 피해대책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얻어낼 것은 다 얻어냈다'는 평가다. 심지어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처리된 '통상절차법'도 민주당 요구로 불과 1주일 만에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국가 간 통상교섭의 정보공개조항 중 당초 '상대국과 자국의 이해침해소지가 있을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국회 교섭단체 간 합의 시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로 수정키로 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당 요구의 99.99%를 수용하고 0.01% 안 들어준 것은 재재협상뿐인데 이 때문에 한 · 미 FTA를 엎겠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다만 한나라당도 야당이 '물리력 저지'에 나설 경우 강행처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게 고민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절충안'에 합의해 놓고서 국회비준안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는 실정이다. 지도부도 이미 강경 대응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FTA 문제를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서 국익과 피해대책을 충분히 강구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