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무분별한 복지 탁류, 그 끝은 '나락'

박원순 당선 복지광풍 위험신호…후손들에게 부담전가 깨달아야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
10 · 26 보궐 선거를 통해 박원순 씨가 서울 시장에 취임함으로써 지난 몇 년간 논란이 되었던 복지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식상함도 박원순 시장을 있게 한 하나의 요인이지만 아무래도 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중심에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런 요구가 결국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쳐 사회 전체의 역동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원하는 목적 달성은커녕 몰락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의 행동 심리를 간과한 채 온정주의에만 기초한 복지는 사회 전체를 나락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아르헨티나가 페론 집권 이후 몰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한국은 그런 기로에 서 있다.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모아 거칠게 흐르는 탁류를 막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복지 재원에 대한 성찰도 없고 이른바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그 명분을 정당화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그 끝은 불문가지다. 분명한 명분 없이 복지 정책이 마구잡이식으로 일단 제도화되면 복지 수혜자들도 투표권을 가지므로 복지는 끝없이 그 영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유와 시장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복지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행동 심리를 도외시한 복지 정책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정교하게 설계된 복지 정책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우선 복지는 성별,연령,특정 집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누구이든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노동 능력이 없거나 부족해 자신의 근로만으로는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소득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 일차적으로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의 대상은 특정 집단이다.

다음으로 건강보험,연금 등의 공적 부조 프로그램에 산재해 있는 복지 요소를 걷어내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에 통합 · 조정함으로써 복지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래야 보험은 보험대로 항구적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복지는 복지대로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고 굴러갈 수 있다.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추산할 수 있다.

이는 물론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으로 이미 이해(利害)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복지 제도 도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사람들의 행동 심리를 고려하여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는,정교하게 설계된 제도를 고안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밀튼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소득세제(陰所得稅制)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음소득세율(稅率)이 100%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일정 소득 이상을 버는 개인이나 가구는 양(陽)의 소득세를 내지만,가구당 최저 소득에 미치지 못하면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점에서 음소득세제이고 부족액을 100% 채워준다는 점에서 세율은 100%다. 당연히 일을 덜 하려는 유인(誘因)이 생기므로 음소득세율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어느 사회에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그래서 그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복지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남의 재산을 과도하게 덜어내서 시행하는 복지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복지주의자들은 자원의 희소성으로부터 생겨나는 사유재산제도가 개인의 자유는 물론 사회적 연계(social nexus)에서만 정의(定意)될 수 있는 정의(正義)는 물론, 평화의 근간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오늘 마구잡이식으로 복지 제도가 도입되면 그에 따른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은 자신들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