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3중고'에 대규모 감원 바람

경기위축·규제 강화·反금융정서에 '직격탄'
노무라, 12억弗 비용 감축…크레디트스위스, 1500명 해고
"우리는 월스트리트에서 엄청난 공동화를 목격하고 있다. 단순한 호경기와 불경기의 사이클이 아니며 오랫동안 지속될 규모의 축소다. "

월스트리트의 한 관계자는 1일(현지시간)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와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진단했다. 노무라는 이날 유럽과 일본에서 대량 해고를 포함한 12억달러의 비용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앞으로 4개월 동안 1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 7월 1000명의 인원 감축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이미 1000명 넘게 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위축 △규제 강화 △반금융정서 등 3중고에 직면한 금융회사들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탈규제 이후 누려온 호시절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침체에 IB 사업도 침체

노무라는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유럽 및 아시아 사업을 인수했다. 2009년에는 1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불황이 끝나면 다시 호경기가 올 것이란 믿음에서였다. 그 예상은 2009년 잠깐 적중한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 위축으로 IB 사업은 다시 긴 침체에 빠졌다. 시장조사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세계적으로 투자등급 채권 발행 규모는 30% 급감했고 인수 · 합병(M&A) 활동도 2007년의 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IB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노무라는 지난 분기 461억엔(5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1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다. 골드만삭스도 3분기에 3억9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999년 상장 이후 골드만삭스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21억달러 적자) 이후 두 번째다. ◆규제 강화로 수익성 더 악화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강화된 규제는 안 그래도 악화된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자기자본거래를 금지한 '볼커룰'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내년 7월 발효될 예정이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미 올해 초부터 자기자본거래 사업을 중단해왔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자기자본거래로 거둔 매출은 137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35%에 달한다. 회사 최고의 수익 사업을 눈물을 머금고 접어야 하는 셈이다. 바젤3 등 자본확충 규제도 IB들의 투자 및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금리파생상품 · 신흥국 채권 · 상품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다. 이 같은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反)월가 정서로 사면초가

'월가의 탐욕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시위대는 금융회사들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한 로비,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보너스 지급 등의 관행이 반월가주의자들의 '철저한 감시'에 위축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일 고객들에게 월 5달러의 직불카드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도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려고 했던 건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가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BoA의 계획 철회 발표는 강화된 규제와 악화된 여론 사이에 샌드위치가 된 월스트리트의 신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