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못된고양이 사장 "나눔은 삶의 부가세…기분 좋은 세금"

해외 어린이 30명 후원하는 양진호 못된고양이 사장
"기부는 제 삶의 청량제 같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으로 기부만큼 좋은 게 없어요. "

양진호 못된고양이 사장(41)은 기부를 '인생의 낙(樂)'으로 삼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최근 창립 20주년 회원의 밤 행사를 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멤버다. 액세서리 프랜차이즈업체 못된고양이를 경영하면서 타지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4개국 30명의 해외 어린이들에게 월 9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개인 회원 중에서 해외 후원액이 가장 많다. 다른 사업 · 단체에 내는 돈까지 합하면 월 155만원.중소기업 CEO가 회사 돈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이 정도의 돈을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회사 이름으로 하면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기업이라고 홍보할 수 있어서 더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 사장은 "내가 하는 기부는 홍보를 위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좋은 일은 혼자 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 좋은 일이 어느 순간 왜곡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 사장은 "즐거움을 위해 스포츠나 여행 등을 하며 더 큰 돈을 쓰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기부를 해서 얻는 즐거움에 비하면 이 돈은 많은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 사장이 기부에 열심인 이유는 배고픔의 설움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는 할머니와 부모님,형제자매 등 10명이 한 방에서 살았다. 중 ·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지하철 행상,신문배달원,노점상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기부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굶주린 아프리카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였다. 너무 배가 고파 노끈으로 복부를 묶는 모습을 보고 "모른 채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업을 하면서 생긴 '부채의식'도 한몫했다. 양 사장은 액세서리 유통업만 20년째 하고 있다. 소매업을 하다 2008년부터 못된고양이 사업자 등록을 해 전국에 60여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매출 200억원,내년에는 300억~4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양 사장은 "경쟁사회에서 누군가의 성공은 항상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며 "못된고양이가 어딘가에 매장을 내면 그 인근의 액세서리 가게 주인들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이상 이런 일은 피할 수 없지만 기부로라도 '마음의 빚'을 갚고자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양 사장은 앞으로도 버는 돈의 10% 이상을 사회공헌에 쓸 계획이다. "나눔은 내 인생의 부가가치세"라며 "누리고 있으니 그만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후원 아동 수도 빠른 시일 내에 100명까지 늘리려고 한다. "100명의 아이가 커서 자립할 때까지 후원을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늘릴 것입니다. 사랑은 하다가 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죠."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