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센서 100여社 공급… "스마일 경영이 고속 성장 비결이죠"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삼성·LG·샤프 등이 주요 고객…스마트폰 시대 핵심 부품 상용화
사장실 방 이름이 '스마일 룸'…부드러운 기업 문화로 매출 쑥쑥
서울 가락본동 IT벤처타워의 코아리버에는 대표이사 사장실이 따로 없다. 배종홍 대표(45)가 근무하는 방의 이름은 ‘스마일(Smile)룸’이다. 책상에는 대표 명패도 없다. 따라서 직원이 안내해주기 전에는 누가 대표인지 알 수 없다. 배 대표는 웃는 인상이다. 웃기 위해 늘 노력한다. 기업을 하는 목적이 ‘임직원 및 이들 가정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터치센서와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니트)를 만드는 이 회사가 창업 5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는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괌의 낙조는 장엄하다. 붉은 해가 구름 사이로 질 때는 바다와 해안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코아리버의 책임연구원인 지석현 씨(38)는 작년 10월 아내와 괌으로 호젓한 여행을 떠났다. 결혼 4년 만에 단둘이 또 한번의 신혼여행을 즐긴 셈이다. 수영을 하고 야자수 그늘아래서 낮잠을 잤다. 특히 장엄한 낙조의 감상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내로부터 점수를 두둑히 딴 것은 물론이다. 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측이 비용을 전액 대줬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의 임직원 대부분은 지난해 괌이나 터키 등지로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코아리버 창업자인 배종홍 대표가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데 따른 것이다. 코아리버는 2009년 매출 78억원에서 2010년에는 15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특히 지 연구원의 해외여행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그가 이 회사에 입사한 데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 연구원이 배 대표를 만난 건 거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배 대표는 KAIST 박사(전기전자 전공) 과정에 재학 중이었고 지 연구원은 이제 막 공고를 졸업하고 KAIST에 취직한 상태였다. 배 대표는 성실하면서도 능력이 엿보이는 지씨에게 학업을 계속할 것을 권유했다. “당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 틈나는 대로 공부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런 격려에 힘입어 지씨는 대전산업대를 거쳐 광운대 대학원(전파공학과)을 졸업했다. 그 뒤 배 대표가 코아리버를 창업하자 함께 일하고 싶다며 찾아와 창업멤버로 합류했고 회사 발전의 한 축을 맡았다.

배 대표가 공부를 강조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자신이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에 갈 형편이 되질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이를 알고 실업계 진학을 원했으나 담임 선생님의 설득으로 인문계고를 갔고 한양대 공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해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그 뒤 KAIST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도 길은 있다며 직원들의 학업을 장려한다. 직원이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니면 회사에서 학비를 대준다. 기업은 곧 사람인 만큼 좋은 인재를 모으는 데 힘쓴다. 여건이 안되면 길러서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코아리버는 하이닉스와 KAIST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2005년 설립된 반도체 개발기업이다. 터치센서와 함께 보안칩 및 가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MCU 등을 주력 제품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배 대표는 하이닉스와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중 시스템반도체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터치센서 및 MCU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설계업체인 코아리버를 창업했다.

반도체 산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를 떠올리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의 비중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가 메모리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배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특히 팹리스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관련 산업에 대한 인식부족, 외국 기업들의 시장 잠식, 인재 확보난 등 많은 난관 속에서 국내 시장에서 뿌리내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는 달리 해외에선 급성장해 조단위의 매출을 넘어선 팹리스 기업들이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30개를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회사가 롤모델인 셈이다. 코아리버는 창립 이래 고속성장하고 있다.이 회사는 해외 유수 업체들의 전유물이었던 터치센서를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한 끝에 2008년부터 이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96채널 단일칩 대면적 터치센서를 출시해 벤처기업대상 등을 수상하면서 원천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샤프 등 100여개사에 납품하고 있다. 수출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매출 구성은 터치센서와 MCU가 반반씩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제5세대 터치스크린 구동IC인 ‘TC500’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용 터치스크린 구동IC의 양산을 추진 중이다. 배 대표는 “TC500은 멀티 센싱 반응속도가 빠르고 터치스크린 IC의 신뢰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내전기적 특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터치스크린용 구동IC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충전기 테스트, 열충격 테스트, 형광등 테스트 등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신뢰성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코아리버는 이미 터치키 시장을 선점한 업체다. 터치키는 스마트TV나 모니터 및 휴대폰에 적용되는 부품으로 ‘정전용량 방식 기술’을 이용해서 가전 및 휴대 기기에 사용자가 입력을 터치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다.코아리버는 터치센서뿐 아니라 차세대 부품의 개발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링코아(Ring Core)라는 제품은 ‘리니어 진동모터 구동IC’인데 국내에서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코아리버를 포함해서 세 군데밖에 없다. ‘리니어 진동모터 구동IC’는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라 수요가 날로 늘고 있다.

이처럼 코아리버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TV 등 첨단제품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제품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 및 다양한 응용제품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배 대표는 회사 경영목표를 ‘2022’이라는 간단한 숫자로 표시한다. 필요 없는 20%는 덜어내고 부족한 2%는 채우고 남들과 2%를 차별화해 경쟁력있는 반도체기업으로 발돋움하 겠다는 비전이다.

그의 경영 이념은 4S로 요약된다. 스마일(Smile), 선택과 집중(Select & Focus), 시너지(Synergy), 스피드(Speed)가 바로 그것이다. 스마일은 구성원 상호간에 서로 웃을 뿐아니라 고객에게도 웃음으로 대하자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잘하는 것만 하자는 뜻이다. 시너지는 코아리버가 중심이 되어 협력사들과 역량을 모아 성과를 극대화하고 스피드는 시장을 먼저 읽고 고객요청에 재빠르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일이다. 스마일을 통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배대표의 도전이 함박웃음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