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見·先手·先制 '3先 경영'으로 글로벌 보험사 도약할 것"

Cover Story - 대한생명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덩치는 업계 2위권이지만 질적으론 최고 보험사 자부 1위 도약 위한 전략·TF 마련
국내 시장 포화…해외 눈돌려 베트남 시장점유율 3년내 5%
동남아선 이미 글로벌보험사
생명보험업계에 30여년을 몸담은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64)은 대한생명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2003년 삼성생명 보험영업 총괄사장에서 대한생명 사장으로 영입된 후 대한생명의 제2 도약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부회장은 영업현장을 방문하기 전 영업 관계자의 사진과 프로필을 미리 외운다. 2006년 대전지역을 찾았을 때 처음 본 20여명의 직원 이름을 모두 알아맞혔다. 깜짝 놀란 직원들이 그를 헹가래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신 부회장을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경영자(CEO)라고 말한다.그는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한다. 봉사활동을 가면 가장 먼저 대걸레를 잡는다. 헌혈을 할 때도 첫 번째로 소매를 걷어붙인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강하고 단호하다. 특히 현장과 성과를 중시한다. 신 부회장은 평소 ‘3선(先) 경영’(先見 先手 先制)을 강조한다. 먼저 예측하고 준비해 신속하게 실행하는 조직만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극복하고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한데요.

“그동안 보험사에서 자산운용은 부가적인 기능을 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자산운용이 성장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보험사 부채의 속성을 고려한 자산운용 전략으로 계약자에 대한 지급 의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제 가능한 위험 범위 내에서 최선의 투자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안정적 자산운용을 기본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건전성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자산 다변화에 필요한 전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웃소싱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대한생명만의 차별화된 영업 전략은 무엇입니까.

“시장 친화적인 상품 경쟁력과 충성도 높은 영업조직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일례로 지난 8월 출시한 VIP 전용 상품인 ‘V스마트 변액유니버셜 통합종신보험’은 지금까지 계약 건수가 1만7000건, 초회보험료 4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컨설팅 영업 활성화를 위해 설계사(FP)들에게 제공되는 생애재무설계 프로그램인 ‘행복인생플랜’도 영업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유지율과 설계사 정착률 등 주요 경영지표는 어떻습니까.“외형면에서는 2위권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국내 생보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신계약 13회차 유지율은 지난 9월 기준으로 84.2%, 영업조직 효율을 나타내는 설계사 13회차 정착률은 52.1%로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어요. 이는 올해부터 시작한 ‘클린 세일즈(Clean Sales)’ 캠페인과 신인 육성센터의 전국 확대 운영 등의 결과입니다. 업계에서도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지요. 안정적인 전속 영업조직과 높은 영업 효율을 바탕으로 2020년 국내 톱 생명보험사로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내년 경영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성장 중심의 영업 추진과 함께 손익에 역점을 두는 내실영업으로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전속 채널 경쟁력 강화를 통해 회사 가치 성장의 근간이 되는 보장성 상품 판매도 늘릴 계획입니다. 은퇴 건강 VIP 시장에 대한 공략도 더욱 강화할 겁니다.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과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자산운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극대화하겠습니다.”▶중장기 전략이 궁금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세 단계로 나눠 향후 10년을 준비할 방침입니다. 생보업계 1위 도약을 위한 준비기(Run-Up), 1위와의 격차 축소기(Jump-Up), 1위와의 본격 경쟁기(Fly-Up) 등으로 구분한 ‘TOP In 2020’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규시장 발굴과 영업 현장의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했어요. 대도시 및 성장지역 시장점유율 개선을 위한 전략적 마케팅을 추진하고 신개념 상품 개발 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한화금융네트워크의 사업 현황과 발전 방향은 무엇입니까.

“한화그룹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등을 아우르는 7개 금융 계열사의 핵심 역량과 서비스를 통합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화금융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2007년 이후 전국 주요 지역에 ‘한화금융플라자’를 설치해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영역을 더욱 넓혀 온라인상에서도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플라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또 투자상품에 보험 기능이 들어 있고, 보험상품에 투자 기능이 포함돼 있어 소비자의 요구를 한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복합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정체 상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성장 속도가 둔화된 게 사실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결국 해외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국가를 상대로 연구한 끝에 2009년 베트남 시장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데다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2013년까지 지점을 12개에서 22개까지 늘려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3년 안에 시장점유율도 5%까지 끌어올릴 겁니다. 중국 시장 진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도 새로 진출해 적어도 동남아시장에서는 글로벌 생보사로 자리잡겠습니다.”

▶최근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보험업은 업종의 특성상 주가의 변동성이 크지는 않지만 현재 주가는 실제 회사 가치와 미래 성장 잠재력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공모가 대비 너무 낮은 수준입니다. 이달부터 3개월간 전체 주식 수의 약 3%에 해당하는 2600만주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직접 매수할 겁니다.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자사주 매입이 향후 주주와 기관투자가에 보다 깊은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했습니다. 농협은 내년에 보험부문(NH생명)을 분사합니다. 생명보험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는데요.“당분간 생명보험업계에선 외형 확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녹십자생명은 중소형 생보사이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 광범위한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교적 단기간에 업계 상위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요. 특히 현대차그룹 계열사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제외한 부문의 상위권 도약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NH생명은 출범하자마자 단숨에 생보업계 4위의 위상을 가지게 됩니다. 농협의 진출로 영업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농협은 읍·면지역에서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NH생명도 똑같이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게 돼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 보험상품 요율 산출 규제 적용 등으로 공정경쟁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녹십자생명과 NH생명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갈 방침입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