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伊 디자인 명문 '도무스' 학장이 본 삼성 제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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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제품 디자인에서는 창의적인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삼성의 지원을 받는 디자인 스쿨 SADI(사디)에서 좋은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데도 왜 그런건가요"
3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1 글로벌 인재포럼 둘째 날, '창의경제시대의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한 여학생의 도발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 강연에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명문 학교 사디와 도무스 아카데미의 박영춘 교수, 알베르토 보니솔리 학장이 연설자로 나섰다.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 이상봉도 자리를 함께 했다. 사회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이순인 교수가 맡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듣던 청중으로부터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보니솔리 학장은 "삼성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하고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의외의 질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삼성은 흥미로운 디자인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디자인은 마치 '빵'처럼 일상화 되고 있는데, 삼성이 이런 접근을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이란 것을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좋은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자신의 디자인을 브랜드화하고 사업화하는데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면서 "사회에서 인재를 받아들이고 투자를 해야 하며,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직업으로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디에서 좋은 인재를 배출하고, 졸업생들이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고 해서 바로 중심세력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 사디는 중심 세력에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교육기관이 실제 전쟁과 같은 현장보다 변화에 둔감할 수가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가 중심 세력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고, 그 학교의 미래가 된다"고 내다봤다.
◆ 혁신 지속 못하는 기업은 실패…IT 업계 특히 심해
이날 또 보니솔리 학장은 '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기업 중 상당수가 혁신을 지속하지 못해 실패했다"면서 "얼마나 창의적인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IT기업들에서 가속화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 분야에만 능숙한 디자이너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주목받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경제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 분야만 추구해서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예컨대 패션 디자인 과정을 공부한 학생이라도 반드시 '옷'을 디자인하는 직업이 아니라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고,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 악세서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산업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니솔리 학장은 "업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디자이너,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항상 필요로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창의경제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고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는데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논리적 마케팅과 창의적 관점에서의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면 미래에는 마케팅도 창의적, 디자인도 논리적인 면을 갖춰야 하는 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을 주제로 옷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한국 디자이너로서의 단순한 사명감, 의무감에서 시작했다"면서 "이것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되자 오히려 디자이너로서의 제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도무스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인 '도무스'의 창업주 가문이 1982년 설립한 학교로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국제디자인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비즈니스에 밀접한 실용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밀라노 디자인 사관 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디자인 발전을 위해 1995년 설립한 사디는 커뮤니케이션, 패션디자인 부문을 가르치는 3년제 전문학원으로 시작했다가 2005년 제품 디자인 학과가 신설됐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Red Dot-레드닷, iF-이프, IDEA-아이디이에이)에서 7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kyoung@hankyung.com
3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1 글로벌 인재포럼 둘째 날, '창의경제시대의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한 여학생의 도발적인 질문이 나왔다. 이 강연에는 한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명문 학교 사디와 도무스 아카데미의 박영춘 교수, 알베르토 보니솔리 학장이 연설자로 나섰다.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 이상봉도 자리를 함께 했다. 사회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이순인 교수가 맡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듣던 청중으로부터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보니솔리 학장은 "삼성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하고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의외의 질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삼성은 흥미로운 디자인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디자인은 마치 '빵'처럼 일상화 되고 있는데, 삼성이 이런 접근을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이란 것을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좋은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자신의 디자인을 브랜드화하고 사업화하는데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면서 "사회에서 인재를 받아들이고 투자를 해야 하며,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직업으로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디에서 좋은 인재를 배출하고, 졸업생들이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고 해서 바로 중심세력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 사디는 중심 세력에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교육기관이 실제 전쟁과 같은 현장보다 변화에 둔감할 수가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가 중심 세력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고, 그 학교의 미래가 된다"고 내다봤다.
◆ 혁신 지속 못하는 기업은 실패…IT 업계 특히 심해
이날 또 보니솔리 학장은 '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기업 중 상당수가 혁신을 지속하지 못해 실패했다"면서 "얼마나 창의적인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경향은 IT기업들에서 가속화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 분야에만 능숙한 디자이너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주목받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경제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 분야만 추구해서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예컨대 패션 디자인 과정을 공부한 학생이라도 반드시 '옷'을 디자인하는 직업이 아니라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고,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 악세서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산업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니솔리 학장은 "업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디자이너,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항상 필요로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창의경제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고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는데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논리적 마케팅과 창의적 관점에서의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면 미래에는 마케팅도 창의적, 디자인도 논리적인 면을 갖춰야 하는 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을 주제로 옷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한국 디자이너로서의 단순한 사명감, 의무감에서 시작했다"면서 "이것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되자 오히려 디자이너로서의 제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도무스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인 '도무스'의 창업주 가문이 1982년 설립한 학교로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국제디자인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비즈니스에 밀접한 실용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밀라노 디자인 사관 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디자인 발전을 위해 1995년 설립한 사디는 커뮤니케이션, 패션디자인 부문을 가르치는 3년제 전문학원으로 시작했다가 2005년 제품 디자인 학과가 신설됐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Red Dot-레드닷, iF-이프, IDEA-아이디이에이)에서 7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