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가격 2배로…삼성ㆍLG, PC값 3% 인상

태국 홍수에 전자상가 하드디스크 '품귀'

공장 정상화에 6개월 걸려…HDD값 상승세 지속
게임기·셋톱박스도 제품값 인상 불가피할 듯
"1인당 1개만 팝니다. "

마트 특가 판매 코너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전자기기에서 데이터 저장 역할을 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얘기다. 태국에서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대홍수 여파로 이 품목이 전 세계적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태국에 조립공장을 둔 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 등 세계 1,2위 하드디스크 업체들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생산되는 HDD의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40~50% 수준이다. 조립공장뿐 아니라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현지 협력업체 역시 홍수 피해를 입고 있어 제품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3~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밀어닥쳤다. 3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 전자상가 대부분의 매장에는 "하드디스크 공급 물량 부족으로 1인당 1개만 판매하니 양해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달 새 가격 2배

하드디스크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전자제품 가격비교 전문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초 7만원 수준이었던 웨스턴디지털의 1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 평균 구매가는 이달 1일 기준 13만4000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웨스턴디지털 관계자는 "지난달 태국 공장 2곳 모두 가동을 멈춘 상황"이라며 "국가별,제품별로 하드디스크 가격이 20~50%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어 3일엔 같은 제품이 17만~18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가파른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주원 다나와 PC부품 담당 CM(카테고리 매니저)은 "대부분의 업체가 물건을 들여올 때 1~2개씩 낱개로 받아오는 실정"이라며 "연내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이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가격이 지금 수준의 2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이 정상화되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추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전자제품 가격도 곧 오를 듯하드디스크 공급 부족으로 이를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의 가격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디스크가 들어가는 전자제품은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 이외에도 가정용 게임기,셋톱박스,동영상을 재생하는 디빅플레이어 등 다양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초부터 PC 가격을 3~4% 인상했다. 삼성 데스크톱(DM-C600-PAD30)은 89만원에서 92만원,노트북(NT 300V 5A-S66)은 128만원에서 131만원으로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하드디스크를 직접 생산하지만 모터 등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부품을 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1~2개월치의 재고물량을 갖고 있지만 하드디스크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완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드디스크 품귀 현상으로 저장장치 시장의 중심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SD는 HDD보다 3~4배가량 속도가 빠르지만 가격이 비싸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됐다. 하드디스크 가격이 급속히 오르면서 SSD를 선택하는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우/임현우/조미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