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는 행운의 상징…제 작업의 젖줄이죠"
입력
수정
프랑스 국립미술협회展서 대상받은 전명자 씨 개인전"핀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 북극지방의 새벽 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를 보면 누구나 말 못할 신비감에 빠져들 겁니다. 올해는 기후온난화로 색깔이 더 신비로워졌어요. 오로라가 출현하는 날에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내면 천재를 낳는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오로라' 화가 전명자 씨(69)는 "오로라를 볼 때마다 그 푸른빛 속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1995년 아이슬란드에서 본 오로라에 반해 몽환적인 푸른빛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그는 "행운의 상징인 오로라의 색감을 통해 현대인들의 행복을 되살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그는 20년 전 서울여대 교수직을 버리고 파리로 건너간 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처음부터 유럽 화단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남편에게 억지를 부려 작은 빌라와 작업실을 구했다. 파리에 집이 있으면 쉽게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남편은 당시 여의도 집을 팔아 파리에 집을 사줬고,전씨는 매일 15시간 이상 작업하며 화업을 이어갔다. 덕분에 파리 아메리칸 아카데미 교수로 초빙됐고 프랑스 국립미술원 작가로 선정됐다. 2005년 프랑스 국립미술협회(SNBA)전에서 금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대상을 받았다.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오로라를 넘어서' 시리즈와 '자연의 조화' 시리즈 30여점을 걸었다. 그는 "오로라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터키 블루 색상이 가장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푸른빛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색깔의 제왕은 역시 블루입니다. 블루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색이지요. 블루에도 50여종이 있어요. 터키 블루가 가장 우아하죠."
오로라의 푸른빛과 조화를 이루는 황금색 해바라기 작품도 여러 점 내보였다. 바람에 넘실대는 해바라기는 그야말로 현란하다. 그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개구리,앵무새,이구아나가 노는 화폭은 평화롭다. "매년 여름과 겨울 유럽에서 본 해바라기는 한국 해바라기와 많이 다릅니다. 아래로 굽은 것 없이 모두 하늘을 향해 있고 노란색이 아니라 금빛을 띱니다. "
그의 작품은 환희와 희망,기쁨을 선사한다. 잔디밭에서 책을 읽는 소녀,진홍빛 꽃잎,한가로운 티타임,장미꽃 핀 정원,몽생미셸 같은 고성,군마(群馬) 행렬,오케스트라 연주 모습,행복하게 뛰노는 동물,안견의 '몽유도원도'나 겸재의 '금강산도'를 떠올리게 하는 산수 이미지는 초현실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는 "늘 제 작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엔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그 자리에서 힘이 쫙 빠지는 '스탕달 신드롬(멋진 예술 작품을 보고 잠시 정신 착란에 빠지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마친 뒤 22일부터 프랑스에서 '세계작가 비교전-파리 그랑팔레'와 12월 루브르박물관 내 카루젤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국립미술협회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02)734-049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