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부작용 큰 '레미콘 中企업종'

김영수 <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전무 >
국내 대기업들에 의해 성장 · 발전해 온 레미콘산업에 대해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레미콘산업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건전한 시장 조성이란 측면에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국내 레미콘 산업은 쌍용레미콘이 1965년 레미콘을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중소 레미콘사들은 1980년대 이후 진입해 이제는 대기업들 때문에 생존이 어렵다며 발을 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현재 국내 레미콘 시장은 중소 레미콘사들이 전체 내수 물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소 레미콘사들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급과잉 구조가 고착됐고,이는 과열경쟁으로 이어져 업계 모두가 심각한 적자로 고통받고 있다. 중소 레미콘사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만이 레미콘산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이것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레미콘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제품으로 철저한 품질 관리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품질 제품들을 생산 ·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으며,지금도 자체 기술연구소를 통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초고층건물과 도로,교량,댐 등 국민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시설에는 화재에 강한 내화콘크리트 등 고품질 고성능 레미콘이 사용돼야 하는데 이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제품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무시되고 무조건 중소기업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국내 레미콘 시장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으며,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지금 레미콘산업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 해소와 꾸준하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 안정화,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 조성이다. 레미콘 업계가 왜 어려움을 겪게 됐는지 돌아보고 대 ·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영수 <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