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 국내 판매가 15개월來 최저

한 달 새 8.5%↓…t당 800만원대
그리스 재정난에 국제가 급락
전기동의 국내 판매 기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올 들어 처음으로 t당 800만원대로 떨어졌다. 아연 판매가도 올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비철 국제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11월 전기동 괴(塊 · 덩어리) 판매 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8.5% 낮은 t당 876만8000원(부가세 불포함)으로 책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t당 845만원)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전기동 판매가가 이처럼 내려간 것은 국내 가격의 기준이 되는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가격이 지난달 급락했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지난달 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평균 가격은 t당 7347.5달러로 지난 9월(8314.84달러) 보다 11.6%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국내 가격 하락률은 LME 하락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LS니꼬동제련이 국내 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전신환셀링(은행 매도) 기준 달러당 원화환율은 지난달 평균 1166원72전으로 9월 평균(1129원53전)에 비해 3.3% 올랐다.

고려아연이 이달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아연 괴 가격도 t당 241만4000원으로,지난달(259만1000원)보다 6.8% 내렸다. 작년 7월(237만4000원) 이후 최저 가격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LME 아연가격이 지난달 t당 평균 1859.17달러로 9월(2076.77달러)에 비해 10.5%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기동 및 아연 관련 제품가격도 대부분 내렸다. 풍산은 전기동만을 사용하는 순동코일 가격을 지난달보다 6.9% 낮은 t당 1095만원(두께 0.5T 정폭 기준)으로 정했다. 전기동과 아연을 혼합한 '황동 2종'도 t당 900만원으로 6.2% 내렸다. 전기동과 주석을 섞어 만드는 스프링용 인청동 가격은 t당 1340만원(두께 0.3T 정폭 기준)으로 5.4%,전기동 주석 니켈 등을 혼합하는 스프링용 양백도 t당 1290만원으로 5.1% 하락했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그리스 재정위기 불똥이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의 금융권으로 튈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인플레이션 문제 때문에 긴축 정책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비철금속 가격 변동성은 더 커지면서 하락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양림 코리아PDS 연구원은 "전기동의 경우 구리 생산량 세계 3위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광산이 지난 9월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 수출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발표하는 등 공급 측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다만 전기동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하반기 들어 재고량을 늘려가고 있어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만 일단락되면 전기동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