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판매, D램 첫 추월…'IT 중심축' PC서 모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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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기준…1억 달러 역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D램을 추월했다.
삼성·도시바, 선두경쟁 치열
D램은 주로 PC에,낸드플래시는 휴대폰과 태블릿PC에 많이 쓰이는 반도체다. PC 시대가 지고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정보기술(IT)업계 '패러다임 시프트'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세계반도체협회(WSTS)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낸드플래시 판매액은 25억5197만달러로 전월 대비 44% 급증했다. 작년 같은 달보다 22% 늘었다. 이에 비해 D램 판매액은 24억989만달러로 낸드플래시보다 1억달러 이상 적었다. 전월 대비로는 16% 증가했지만 1년 전에 비해선 31% 급감한 규모다.
판매액에서 낸드플래시가 D램을 앞지른 것은 WSTS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2004년 1월 당시 낸드플래시 판매액은 5억달러로 16억달러 정도였던 D램 판매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였던 D램이 8년 만에 낸드플래시에 왕좌를 넘겨준 셈이다. 이 같은 판매액 역전현상은 IT업계의 패러다임 변화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둘 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로 분류되지만 특성은 서로 다르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반면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D램은 PC에서 CPU를 보조하는 기억장치로 많이 쓰이고 낸드플래시는 USB메모리칩,휴대폰 저장장치 등으로 쓰인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PC 판매량은 정체를 보였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는 불티나게 팔렸다. 이 여파로 D램 판매액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낸드플래시 판매액은 급증했다.
낸드플래시는 D램의 고유영역까지 잠식하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2005년 첫 선을 보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PC · 노트북용 정보 저장장치로,D램을 쓰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액 역전은 IT시장이 PC시대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시대로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태국 홍수사태로 HDD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SSD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낸드플래시 산업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을 둘러싼 업체 간 주도권 다툼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가 양분하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40.1%에서 3분기 37.5%로 다소 떨어졌고 같은 기간 도시바의 점유율은 27.8%에서 31.6%로 크게 올랐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