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주가 급락에…CJ "인수價 10% 낮춰달라"

경기침체까지 겹쳐 부담…추가 조정 요구

포스코컨소시엄 입찰價 수준…산은 "특수 상황은 이해"
금호 당혹 "산은과 논의"…경쟁했던 포스코 '예의주시'
CJ그룹이 지난 6월 본입찰 당시 제시한 대한통운 인수가격을 10%가량 낮춰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인수가격의 최대 6%를 깎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통운 주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맞물린 상황을 반영해달라는 주장이다. CJ 요청대로 기존 인수가격에서 10%가량을 깎으면,본입찰 당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가격 수준과 비슷해진다. ◆"포스코 가격 수준까지 깎아줘야"

3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CJ는 매각주체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대한통운 인수가격을 10% 정도 깎아달라는 뜻을 전했다. CJ가 매각주체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6%보다 4% 많은 규모다.

CJ 고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가격과 관련해) '6%+α'를 깎아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CJ는 당초 제시한 입찰가격에서 3%를 깎은 후,3%가량 추가 할인한 수준(총 6% 할인)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CJ가 원래 제시한 대한통운 인수가격은 주당 21만5000원.6%를 깎으면 인수가격은 주당 20만2100원으로 떨어진다. 여기에다 CJ가 요구한대로 4%가량을 더 깎으면 주당 19만5650~19만3500원으로 내려간다. 본입찰 당시 경쟁자였던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격(주당 19만15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대한통운 투자자들이 동반매도권(tagalong)을 통해 나중에 내놓을 일부 지분을 제외하고 CJ가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18.98%)과 대우건설(18.62%) 보유 지분만 따지면 총 37.6%(858만1444주).입찰 당시 인수가격은 1조8450억원(주당 21만5000원)이었지만 10%가량 깎으면 1조6605억원까지 내려간다. CJ가 1845억원 정도 싸게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주가급락에 경기침체까지CJ가 대한통운 인수가격을 더 깎아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은 주가 급락 탓이 크다. CJ가 본입찰 당시 써낸 대한통운 입찰가격은 21만5000원으로 당시 주가인 13만500원과 비교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65%나 반영한 수준이었다.

CJ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대한통운 주가는 계속 떨어져 7만2700원(3일 종가 기준)까지 내려갔다.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200%를 주고 대한통운을 인수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게 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이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팔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고 있지만,향후 외부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지고 유동성 안정성에 대한 걱정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여파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각각 포기했을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CJ 입장에선 이미 계약금 1800억원가량을 집어넣은 상황이어서 대한통운 인수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 고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의지가 아직 강하기 때문에 딜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신뢰도 문제 역시 CJ가 중간에 발을 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CJ가 어쩔 수 없이 대한통운 인수가격을 더 깎아달라고 매달리고 나선 배경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와 주가 급락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대한통운 지분 매각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파는 게 아니라 프라이빗 딜이기 때문에 매각주체 측이 6% 이상 더 깎아줘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주체 중 하나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소 곤혹스런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대한통운 지분 매각대금이 자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CJ와 대한통운 인수경쟁을 벌였던 포스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CJ의 실제 인수가격이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수준을 밑돌 경우,포스코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창민/김철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