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기업은 균형성장의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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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는 규제는 균형퇴보책경제정책, 특히 산업정책이 단기적인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휘둘릴 때 그 나라 경제의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적 계산보다는 멀리 보는 시각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점차 포퓰리즘 산업정책에 가까워지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중소기업 지원 재원 마련 위해 납세부담 선진국 수준 조정을
김영한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최근 이명박 정부는 균형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의 시스템통합(SI)산업 입찰 및 다양한 산업영역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중소기업들에만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기업 오너들에게 다양한 형식의 반강제적 기부와 재산헌납과 같은 강요를 해 준조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지방보궐선거로 나타난 민심이반 때문에 더욱 다급하게 '균형성장정책의 가시적 실적'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절박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경쟁원칙에 근거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성장'과 '포퓰리즘 기업규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그 폐해는 우리 다음 세대에 두고두고 남게 된다.
균형성장정책과 따뜻한 자본주의는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야 가능한 게 아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에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가능성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잠재된 기술력과 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때 가능한 것이다. 또한 대기업은 균형성장의 적이 아니라 균형성장을 위한 파트너다. 대기업이 맡아야 역할은 크고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내는 막대한 세금이다. 이를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두둑하게 조성할 수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의무인 납세를 충실히 이행할 때,대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가장 빛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대기업들이 시장지배력에 근거해 중소기업들에 불공정거래를 강요하는 것을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균형발전은 대기업의 수족을 잘라내거나,수족을 묶어서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올바른 조세를 위해서는 최근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급증하는 재정수요와 대기업 및 고소득층의 조세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의 납세부담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대기업 및 고소득층이 수익규모에 걸맞은 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균형성장정책의 남은 의무는 대기업에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이 납부한 세금을 관리하는 정부에 있는 것이다. '작동하는 사회안전망'과 같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의무는 대기업이 질 수 없다.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둔 정부가 체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대기업의 수족을 묶는 규제정책은 균형발전정책이 아니라 균형퇴보정책이다. 대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중소기업들에 대해 공정거래 원칙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시장의 룰을 지키면서 기술적 잠재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균형성장정책이다. 대기업 때리기로 균형성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정책에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덧칠할 경우 한국의 미래는 없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키우는 것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 수준의 조세수입을 확보한 후,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직장을 찾아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직업 재교육 등의 지원과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있을 때 균형성장이 가능하다.
김영한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