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철회"…그리스, 구제금융 수용ㆍ디폴트 모면 가능성

파판드레우, 사퇴는 거부…ECB, 금리 0.25%P 내려 경기부양으로 급선회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제안을 철회할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 야당은 조기 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모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 새 전기그리스 제1야당인 사회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이날 조기 총선을 전제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마라스 당수는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즉각적인 총선 실시 책임을 위임받는 임시 과도 정부 형성과 현 의회에서의 구제금융 협정안 승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마라스 당수가 지금까지의 구제금융 반대 입장을 바꿔 조기총선을 전제로 구제금융 협정안을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과도정부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사마라스 당수의 요구가 현실화된다면 파판드레우 총리가 요청했던 국민투표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야당의 구제금융안 승인을 위한 과도정부 체제 이전 제안을 검토키로 했다. 리아스 모시아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성명서를 내고 "보수야당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예상 깬 금리 인하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침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다급함 때문이다. 최근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실물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되자 마리오 드라기 ECB 신임 총재가 금리인하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ECB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크지 않다면 금리를 서둘러 낮춰 경기부터 살리겠다고 판단했다.

ECB는 지난 4월과 7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10월까지 3개월간 동결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는 그대로 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외신들은 드라기 총재가 취임 3일 만에 파격적으로 금리인하를 선택한 것은 최근 악화된 경제지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지난 2일 10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7.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10월 실업자 수가 1만명가량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1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2일 공개된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7.1로 전달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6%에서 내년엔 0.3%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악화된 경제지표로 볼 때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도 조만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인플레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CB는 지난 10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로 목표치인 2%를 넘었지만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어 내년에는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금리인하를 환영했다. ING의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위기 바이러스를 잡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