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선진국이 베푸는 '동반성장'은 불가능…새 BRICs 키우자"

'相生의 교과서' 놀테·시소디어 교수에게 듣는다

G20 서울선언 비판…美·유럽 내부 격차 커져 개도국에 성장과실 못줘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기업…금요일만 기다리는 회사, 무슨 존재가치 있나
"드디어 금요일이다(thanks god it's friday)!"

인도 출신인 라젠드라 시소디어 벤틀리대 교수는 처음 미국에 가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말에는 교회를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뜻인가"라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시소디어 교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행복하지 못한 기업이라면 무슨 존재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2일 인재포럼 특별세션 '미래 자본주의와 상생'의 연사로 나선 시소디어 교수는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은 기업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직원은 물론 투자자와 지역사회까지 만족시킬 수 있도록 기업의 철학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소디어 교수와 나란히 연사로 나선 파울 놀테 독일 베를린자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국가 간 경제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 설명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다 상생을 말했지만 부유한 편이 그렇지 않은 쪽에 시혜를 베푸는 개념에 가까운 이명박 정부의 상생 모델과는 차이가 있었다. '독일의 대표 두뇌'로 불리는 놀테 교수는 2006년 출간한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를 통해 세계 각국이 자원을 낭비하는 소비국가에서 생산적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이 책을 읽도록 추천하기도 했다.

◆"상생 잘하는 기업, 실적도 좋아""월요일날 출근하자마자 금요일을 기다리는 직원과 '오늘이야(it's today)'를 외치며 직장에서 즐거움을 찾는 직원.어느 쪽이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

시소디어는 주제발표 내내 기업에 변화를 촉구하며 그 변화가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의 후생에 신경쓰고 목표를 공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지속되면 직원 개개인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면서 회사는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보다 25% 많은 급료를 직원들에게 지급하지만 매장 단위 면적당 50%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드(Whole Foods)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시소디어 교수는 "홀푸드는 일반 직원의 급료와 비교해 임원 임금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며 "회사의 성장 과실을 모든 직원이 공유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의 선한 목적이 직원과 소비자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면 CSR에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출해도 인식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장 성공한 기업인 애플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한 경직된 직원 통제,폭스콘 자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협력업체 쥐어짜기 등을 볼 때 '사랑받는 기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소디어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직원 및 지역사회와 성장해 가려는 회사"라며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면 회사는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일의 브릭스 발굴해야"

놀테 교수는 작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장 비전'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지난해 G20 서울선언에서 채택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동성장을 도모한다는 합의에 대해서다.

그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공동성장 모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놀테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 사이의 내부 격차가 깊어지면서 개도국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한다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영역의 기득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가가 개도국에 수혜를 주는 듯한 모습의 공동성장 모델은 듣기는 좋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집중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여러 국가들의 공동성장을 모색하기보다는 각 지역마다 뚜렷한 성장을 추진하는 국가가 나타난 뒤 해당 국가가 주변국의 성장까지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20세기 후반 '아시아의 호랑이'로 상징되는 한국 등이 높은 경제 성장을 달성한 뒤 해당 경험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주변 국가로 퍼져나간 것이 단적인 예다.

놀테 교수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불균등을 인정하지 않고는 글로벌 상생을 이룰 수 없다"며 "공동성장의 아젠다를 개발도상국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는 '내일의 브릭스'를 발굴하는 것이 상생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의 성공은 주변 국가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이 브릭스의 뒤를 이어 지역 거점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심은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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