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중고교 영재 "글로벌 CEO 만나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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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와 글로벌 석학의 만남"쭌수,동기,현쌍,정원…."
하우로이드 회장 "한국 학생들 경제관 뚜렷"
헨킨 교수 "배려심 깊어…훌륭한 리더 기대"
인재포럼의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첫 세션시간,연사로 나선 제니스 하우로이드 엑트원 회장은 어설픈 발음이지만 힘찬 목소리로 한국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강연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단지 이름이 불렸을 뿐이지만 평생 이날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의 글로벌 기업인을 꿈꾸는 중 · 고교 영재 18명은 이날 하우로이드 회장,페드로 뉴에노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학장,알란 헨킨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 등 글로벌 석학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거침없는 질문…자상한 답변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KAIST와 포스텍이 각각 운영하는 차세대영재기업인센터 중 · 고교생들 가운데 참가 동기,열정,교육참여도 등을 고루 평가해 선발됐다. 어린 나이지만 직접 개발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예비 기업인이다. 학생들은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의 요건 등 궁금했던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석학들은 영어가 서투른 학생들을 위해 느린 속도로 대답했지만 내용은 명쾌했다. 석학들은 진정한 리더십은 구성원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도록 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리더십은 펠로십(fellowship · 유대감)과 팔로십(followship · 충성심)으로 구성된다"며 "리더는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내게 이익이 안 되더라도 전체 조직과 더 많은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수 군은 "이제까지 리더십은 그저 내가 아는 것을 남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오늘 만남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인상깊은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기 군은 "하우로이드 회장이 훌륭한 CEO는 단지 직원들에게 돈을 벌게끔 해주는 게 아니라,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파워풀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등 '진짜 글로벌 CEO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군은 대화하느라 모두들 점심식사는 거의 손도 못 댔는데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오히려 배가 부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물받은 석학들 "원더풀 · 생큐"식사를 마친 후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석학들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연신 '원더풀'과 '생큐'를 외쳤다. 학생 한 명 한 명과 포옹하고 인증샷을 찍으며 추억을 간직하기도 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이번 만남이 이번 인재포럼 행사 가운데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고 되고 싶은 것에 관한 생각이 명확할 뿐 아니라 굉장히 훌륭한 경제관을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똑똑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자신에게도 좀처럼 얻기 힘든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에서 참여한 그 어떤 행사보다도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헨킨 교수는 "학생들이 호기심과 배우려는 열망이 클 뿐 아니라 (서양 학생들보다)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안다고 느꼈다"며 "리더십은 단순히 남보다 더 많이 아는 것뿐 아니라 이런 배려에서 나오기 때문에 미래 리더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에노 교수는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삼성,현대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며 "학생들이 창조하는 데 관심이 많고 준비도 잘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유정/허란/박한신 기자 yjlee@hankyung.com